“종양 주위 협소 부위만 선택적 작용 수십년간 많은 연구로 효과 입증돼”
입력 2013-05-27 16:56
빛을 이용한 뇌종양 정밀수술 하는 서울성모병원 홍용길 교수
“광역학 수술과 치료는 말 그대로 빛을 이용해 특정 질환, 주로 악성종양을 수술하거나 치료하는 것을 말합니다. 역사는 비교적 오래돼 약 100여 년 전에 이미 특정 염색약(dye)이 빛(light)과 반응해 세포사멸(cell death)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발견됐고, 의사들은 이를 피부암 치료에 이용했습니다. 이후 1990년대부터 다시 활발한 연구가 진행돼 방광암, 식도암, 폐암, 두경부암, 피부암, 뇌종양 등 다양한 종양을 상대로 임상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빛을 이용해 뇌종양 정밀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홍용길 교수는 이미 1980년대에 해외에서 처음으로 뇌종양에 광역학 치료를 적용했고, 이후 많은 연구가 시행돼 대부분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뇌종양 분야에서는 주로 악성뇌교종에 광역학 수술과 치료를 적용한다. 광역학 원리에 대해 홍 교수는 “따로 존재하면 아무런 독성을 나타내지 않는 광감각제(photosensitizer), 특정 파장의 빛(light) 그리고 산소(O2)가 특정한 환경에서 만날 경우 빛에 의한 독성이 발생해 종양세포를 파괴하는 것이 광역학의 원리”라며 “광역학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빛을 받으면 활성화되는 민감한 물질인 광감각제를 사람 몸에 주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광감각제는 정상적인 세포보다 암세포에 더 많이 축적되고, 특정 파장의 빛을 암세포에 쪼여주면 암세포 내에 축적된 광감각제가 활성화(activation)된다.
수술에 이용하는 경우 쪼여주는 빛의 파장과 강도를 조절하면 된다. 홍 교수는 낮은 파장과 약한 강도의 빛을 종양세포에 쪼여주면 그 안에 축적된 광감각제는 형광빛을 발산하게 된다며, 특수 현미경을 사용해 형광빛을 내는 종양세포를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고 수술 시에 정상세포와 종양세포 사이의 경계를 잘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광역학 치료는 뇌종양에서 주로 악성뇌교종에 활용된다. 홍 교수는 “악성뇌교종의 경우 수술 후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는 것을 표준 치료로 삼고 있다. 수술은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종양세포를 제거하는 것이 예후에 좋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뇌교종의 경우 종양이 정상 뇌를 침범하고 있고 육안으로 종양과 정상 뇌를 구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서 후유증 발생 없이 넓은 부위를 제거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수술 후에 부가적으로 방사선치료만 하거나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동시에 시행해야 하고 이는 종양의 조직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이렇게 치료해도 국소 재발이 많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생존율은 좋지 못한 편이다. 따라서 홍 교수는 “국소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수술 시에 가능한 많이 제거하고 적극적인 국소치료를 하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여기에 빛을 이용한 광역학 수술과 치료 방법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광역학 수술을 위한 광감각제로는 5-아미노레불린산(5-aminolevulinic acid, 5-ALA)이 이용된다. 환자가 마취 3시간 전에 5-아미노레불린산을 경구로 복용하면 수술 시에 집도 의사가 특수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종양부위만 붉은 분홍빛으로 보이게 돼 정상적인 뇌세포와 구분할 수 있다.(그림 참조) 홍 교수는 “이를 이용하면 일반적인 현미경하 수술보다 종양세포를 더 잘 구별할 수 있어 종양 제거에 더 많은 도움이 되고 결국 환자의 예후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며 “이러한 광감각제와 빛을 이용한 수술과 치료의 장점 중 하나는 부작용이 적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광감각제와 빛은 인체에 무해하고 또한 종양 주위의 협소한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나 항암치료보다 전신적인 부작용을 보이는 경우가 적다. 다만 피부와 망막의 색소 침착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수술 후 최대 7일 정도까지 눈과 피부를 빛으로부터 차단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뇌압상승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빈도가 매우 낮다는 것이 홍 교수의 설명이다.
홍 교수는 “빛을 이용한 종양의 치료는 아직 확립된 표준 치료는 아니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친 많은 연구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어 있고 부작용이 적게 발생하는 등의 장점을 보이는 치료”라고 평가하고 “국내의 경우 광역학 수술이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아직 임상 적용과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앞으로 국내에서도 좀 더 활발한 임상 적용과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쿠키뉴스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