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민해] 교생실습 4주는 짧다

입력 2013-05-27 17:29


“인간의 지적 정서적 변화를 주도했다는 본질적 교육적 성과에 부족함 느낄 듯”

학교의 5월은 교생실습이 있는 달이다. 교사의 꿈을 지닌 새내기 교생들이 교정을 밝게 만들고 있다. 덩달아 학생들도 교생의 신선함에 이끌려 무언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새로운 세계를 탐색한다. 남녀공학의 교생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남학교의 여자 교생과 여학교의 남자 교생은 유난히 반짝이는 눈빛의 집중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보다 더 구체적이고 새로운 공부의 세계를 가르쳐줄 것 같고, 훨씬 더 최신의 사조를 알려줄 것 같은 호기심도 가득하다. 더구나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 않는 언니나 오빠뻘 되는 선생님이니까 친근함도 더 있고 게다가 이성으로서의 대상도 될 것 같은 야릇한 기대감도 솔직히 담겨 있다.

교생 실습은 교사가 되기 위한 필수 이수 과목이다. 교육대학교는 2학년 1학기부터 4학년 1학기까지 5학기 동안 2주 정도씩 총 9주의 실습을, 사범대학(비사범계 교직이수자 포함)은 4학년 1학기 4, 5월 또는 9월에 4주의 실습을 각각 이수하게 한다. 교생실습은 학습지도, 생활지도, 학교 및 학급 경영에 대한 실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습기간 동안 한 학급의 담임 실습도 해야 하고, 한 교과의 학습지도 실습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학생 상담도 실습해야 하고, 체육대회나 소풍 등의 행사에도 담임교사와 더불어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교사 자격증을 소유한 분들은 누구나 교생 실습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처음 교실을 들어갔을 때의 두근거림, 처음 교단에 서서 교과 수업을 했을 때의 당황스러움, 준비도 많이 하고 연습도 많이 했건만 수업 종료 종이 치고 교실 앞문의 문고리를 잡았을 때의 그 후회 막급함 등의 경험들이 다 있을 것이다.

대부분 4주의 교생실습 기간에 1·2주는 학교 교육의 개관과 수업 참관, 담임 업무 참관으로 이루어지고 3·4주는 실제 수업과 조회, 종례의 담임 업무 실습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4주 만으로 학생들 앞에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예비교사로서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하기에는 시간이 짧다.

현재의 사범대학은 교과학습 지도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대체적으로 사범대학 졸업 이수학점 130∼140학점 중 교직 과목은 16∼20학점이고 나머지 75% 정도는 교과와 교양 학점 이수로 편성되어 있다. 물론 중·고등학교에서 교과 지도는 매우 중요하고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새내기 교사들은 교과 수업보다 학생 상담, 인성교육, 생활지도, 체험학습, 행사지도 등에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의 필요성을 느낀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어떤 예절교육을 시켜야 하는지, 담임교사로서 학생의 발달 단계에 따른 성교육이나 심리 상담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장에 처음 발령을 받은 교사들은 막막할 수밖에 없다. 4주를 끝낸 예비 교사들은 해냈다는 성취감과 후련함만 있을 것인가. 무언가 교사로서 교육을 통하여 인간의 지적 정서적 변화를 주도했다는 본질적 교육적 성과에 대해서는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교생을 담당한 교사들도 교생 지도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고 학교로서도 많은 시간과 인력이 교생 지도에 투입되어 업무 증가에 따른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은 인간과 자연에 관해 축적된 지식을 학습하여 미래 비전의 능력을 배양하는, 사회 유지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미성숙한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로서 고도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이다.

차라리 교생실습 횟수나 기간을 늘리는 것이 어떨까. 3학년에 4주 4학년에 4주 총 8주라면 성적 부진 학생 지도, 부적응 학생 상담 지도, 생활습관 지도, 인성교육, 예절 지도, 진로지도, 체험학습, 소풍 계획안 작성, 수학여행 계획안 작성, 뒤뜰야영 계획안 작성 등도 교생 실습에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사범대학 교육과정에 이런 내용이 망라된 커리큘럼을 개설하는 것은 어떨까. 사범대학은 아카데미즘보다 인간 교육의 총체적 책임 있는 스승을 지향해야 한다는 관점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해 혜원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