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정재호] 甲甲해진 포털들

입력 2013-05-27 17:41 수정 2013-05-27 22:42


5월 한 달여를 관통한 사회적 이슈라면 단연 ‘갑의 횡포’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라면 상무’와 ‘빵회장’ 사건에 이어 지난 4일 국민일보 쿠키뉴스가 남양유업 사건을 첫 보도한 이후 ‘갑의 횡포’와 ‘을의 분노’에 대한 뉴스가 온·오프 공간을 도배질했다.

혹자는 이런 일련의 사건에 따른 국민적 관심과 공분을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 초기 촛불시위에 버금갈 정도라고 말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갑의 횡포에 대해 전면 조사에 들어가고 여야가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는 ‘6월 국회’를 합창하고 있으니 그런 평가가 나올 만하다.

이왕 정부와 국회가 나섰으니 네이버와 다음의 불공정 여부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에 주목하고 싶다. 네이버(75%)와 다음(15%)은 포털시장의 90%를 독점하고 있다. 이로 인한 을들의 원성은 오프라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가상의 영역이라서 온라인 정보유통 구조와 기술적 원리를 모르면 ‘눈 뜨고도 코 베이기’ 십상이다.

‘사이버 갑’ 앞에 모두가 乙

특히 네이버는 김상헌 NHN 대표가 지난달 11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자랑했던 것처럼 ‘한국형 포털’로 자리잡았다. 김 대표의 표현대로 한국식 전통 상차림처럼 검색을 매개로 뉴스와 정보, 쇼핑, 광고 등 다양한 메뉴를 차려놓고 있다. 이를 두고 혹자는 구글처럼 잠시 거쳐가는 포털(관문·portal)이 아니라 ‘강제로’ 머물게 하는 토털(total)이라 빗대거나 ‘모든 길은 네이버로’라고 꼬집고 있다.

네이버의 검색시장 장악에 뉴스와 정보가 결정적이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뉴스와 정보는 호객(呼客)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언론사가 네이버에서 받는 정보제공료는 언론사가 연합뉴스에 지급하는 전재료에 비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그것마저 정확한 산출 근거와 기준이 없다. 네이버가 책정하면 그만이다.

어디 이뿐인가. 언론사는 저작권자이면서도 ‘네이버뉴스’에 노출되는 인링크(In-Link) 방식의 뉴스 조회수 정보를 알지 못한다. 네이버는 보완 차원에서 2009년 1월 언론사에 일부 트래픽의 유입을 허용하는 아웃링크(Out-Link) 방식의 뉴스캐스트를 병행했다. 하지만 이마저 지난 4월 1일부터 뉴스스탠드를 도입, 아웃링크를 억제해버렸다.

바야흐로 스마트폰 앱(App)으로 뉴스를 보는 시대가 점점 인터넷을 대신하고 있다. 김 대표는 관훈토론회에서 “지난해 PC 사용시간이 2년 전보다 퇴보한 대신 스마트폰은 2.5배 늘었다”고 말했다. 그래선지 네이버는 모바일 1등 ‘카카오톡’엔 아직 없는 ‘뉴스’ 장악에 더 골몰하는 인상이다. 네이버 앱으로 보는 뉴스는 뉴스캐스트나 뉴스스탠드 도입 전 언론사로부터 뉴스를 ‘헐값’에 후려쳐 사들이던 시절의 먹이사슬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양새다.

인터넷 모바일 정보 공유해야

포털의 인식에 더 큰 문제는 상품이나 서비스와는 근본이 다른 뉴스를 똑같이 취급하는 정책을 매번 내놓는다는 점이다. 뉴스는 자본주의의 필수 요소인 상품과 서비스 성격 이외에도 민주주의를 이루는 요체라는 특성을 갖는다. 그래서 포털 입맛대로 편집하고 그 결과로 나타난 ‘많이 본 기사’나 ‘댓글기사’로 여론의 척도를 가늠하라는 식은 어불성설이다. 이처럼 언론사들은 포털에 꼼짝없이 당하고 있다. 그러니 포털을 이용하는 수많은 영세 상공인들과 기업들은 오죽할까.

사정이야 어찌됐든 포털의 공정거래질서 확립에 권력의 손길이 미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특히 뉴스라는 특수상품에 있어선 더욱 그러하다. 당국의 개입 전에 네이버와 다음이 을과 최소한의 정보를 공유하는 상생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재호 디지털뉴스센터장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