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채수창] 안전한 한국을 위한 조건들
입력 2013-05-27 17:41
우리나라는 지난해 2년 연속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하면서 세계무역 8강에 진입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세계무역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액은 1조675억 달러로, 9869억 달러를 달성한 이탈리아를 제쳤다. 또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2708달러로, 세계 3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한강의 기적을 이뤄 개발도상국의 모델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경제 규모에 비해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그리 화려하지 않다. 부끄럽게도 교통사고 사망률 및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는 5364명, 자살자는 1만5900명이었다. 대부분의 희생자는 65세 이상 노인, 사업에 실패한 가장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없고 돈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비율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단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소리 없이 사라져 가고 있는 슬픈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밤거리는 미국 등 세계 선진국 어느 곳보다 안전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과 같은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특히 장애인 및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 등 사회적 약자가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어 안타까움이 더 크다.
경찰을 비롯한 안전담당 기관에서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안전의 날’ 선포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법의 날, 경찰의 날 등 각자 조직의 단합을 위한 행사는 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을 위한 날을 선언하는 행사는 가지지 않고 있다. 지역주민, 안전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이 세계 어느 곳보다 안전한 지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다짐의 행사를 가져야 한다.
또 성폭력, 가정폭력, 교통사고의 근본 원인이 ‘술’인 만큼 각 기관 공직자부터 술을 강권하지 않고, 술을 자제하는 데 솔선수범해야 한다. 여타 공공기관의 동참도 이끌어 내어 지역사회 전체가 차분하고 절제하는 건전한 음주문화를 만들어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문제 있는 학생들을 선정해 그 학생과 선도담당 교사 및 경찰관이 같이 산행하며 땀을 흘린 다음 함께 목욕하며 등을 밀어주는 스킨십을 권하고 싶다. 프랑스에는 소년원에 수감 중인 청소년이 언어가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에서 3개월 동안 2000㎞를 걸으면 석방하는 교정 프로그램 ‘쇠이유’가 있다. MP3나 휴대전화 같은 기기는 가져갈 수 없고, 소년 한 명당 자원봉사자 한 명이 동행한다. 일반 소년범의 재범률이 85%인 데 비해 ‘쇠이유’ 프로그램을 거친 소년범의 재범률은 15%에 불과하다. 걷기와 성찰의 시간이 교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입증돼 각국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것이 자제력을 키우는 데 아주 좋은데, 운동 이후 같이 목욕하며 스킨십을 가지면 정신을 바르게 하는 데 아주 좋을 것이다.
어르신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경로당을 방문해 안전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경로당에 못 오는 분을 위해서는 가정으로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 노원구청의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각 자치단체에도 자살예방 조례를 제정할 것을 권유한다. 이런 노력들이 합해져야 각종 사건사고로 인한 피해와 희생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그래야 안전한 한국, 튼튼한 한국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채수창 시민안전연구원 대표·화순경찰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