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자기를 위하여는

입력 2013-05-27 17:27


요한복음 12장 24∼25절

저는 1964년 10월 6일에 세워진 묘비 하나를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2년 후의 일입니다. 그 묘비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1891년 2월 2일 암태면 수곡리에서 출생/ 1950년 10월 5일 지도면 증동리에서 순교/ 빈한 자의 위로되고 병든 자의 의사 아해 낳는 집의 산파/ 문맹퇴치 미신타파의 선봉자 압해 지도 임자 자은 암태 안좌 등지에 복음전도/ 진리 중동리 대초리 방축리교회 설립 모든 것을 섬사람을 위하였고 자기를/ 위하여는 아무 것도 취한 것이 없었다/ 그대의 이름에 하나님의 은총이 영원히/ 깃들기를! 우리들의 어머니 문준경 전도사를 위하여 감사에 충만한 지도 증동리교회 1964년 10월 6일 건립.’

요즘처럼 한국교회가 세상을 향한 복음의 영향력을 잃어버린 때가 없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원인은 존경할 만한 좋은 지도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눈이 가리워져 못 찾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회적 존경을 받는 지도자보다 지탄을 받는 지도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화려한 예배당과 최첨단 시설, 수많은 화려한 수식어를 붙여가며 자기 영광을 취하는 지도자들만 많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자기를 위하여는’ 아무것도 취한 것이 없는 하나님의 사람이 그립습니다.

하나님은 80여 년 전, 전도와 순교의 영성으로 수많은 영혼을 품은 한 사람을 세우셨습니다. 시집와 첫날밤에 소박을 맞고 생과부로 20년 가까이 모진 시집살이를 했던 한 여인이 ‘복음’을 들었습니다. 자신을 위로해 주며 참된 소망을 주는 예수님을 영접합니다. 그 후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경성성서신학원(현 서울신학대학교의 전신)에 입학하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섬 지역의 영혼을 사랑하여 자기의 모든 것을 버리고 한 알의 밀알로 죽습니다. ‘자기를 위하여는’ 아무 것도 내세우지 않고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한 여인을 하나님은 복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제게 본받고 따르고 싶은 지도자가 그리울 때 문준경 전도사님을 떠오르게 하십니다.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왔던 문 전도사님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그분의 묘비 앞에 서게 합니다. 그리고 ‘자기를 위하여는’ 아무 것도 취한 것이 없는 문 전도사님을 기쁨으로 만납니다.

그분은 섬마을 선교의 어머니입니다. 그분을 통해 그곳 섬마을의 복음화율은 90%를 넘었습니다. 담배 가게가 없는 초특급 청정지역인데다 섬마다 흔히 있을 법한 사당이나 불교 사찰도 전혀 없습니다. 특별히 증도지역에는 11개의 교회뿐입니다. 이단도 접근 못하는 초특급 영적 청정지역입니다. ‘병아리를 많이 깐 씨암탉’이라는 죄목으로 순교당한 그분은 수많은 영혼을 살렸습니다.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요 12:25)는 말씀을 이룬 믿음의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만약 우리가 죽은 후에 묘비에 어떤 글이 기록되면 좋을까요. 자기 영광만을 취하는 자가 아닌 ‘자기를 위하여’는 아무 것도 취한 것이 없는 자로 쓰여지기 바랍니다. 하나님은 그런 자를 높이십니다. 그런 자를 기억하십니다. 그런 자에게 큰 상을 베푸십니다.

김홍재 서울 예인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