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작가들 ‘자연과 인간, 아름다운 공존’을 모색하다… 7차 한중작가회의 개막

입력 2013-05-26 19:18


자연과 인간의 공존과 문학의 역할을 모색하는 제7차 한중작가회의가 26일 중국 푸젠성(福建省) 샤먼(厦門)시 샤먼대학 회의실에서 열렸다. ‘자연과 인간, 아름다운 공존의 방식’을 주제로 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에는 한국에서 김주영 이재무 김경미 나희덕 김민정 오생근 홍정선 권지예 전경린 천운영 해이수 정현종 등 20여명, 중국에서 아라이 쓰촨성(四川省) 작가협회 주석, 류안 샤먼문학원장, 리숭타오 중국시가학회 부회장, 수팅 샤먼시 문련(文聯) 주석 등 20여명이 참가했다.

난판 푸젠성 사회과학원장 겸 문련 주석은 ‘우리 세대의 문학’이란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오늘날 중국의 많은 문학인들이 원칙 없이 일반 대중에게 영합하고 사회 이목을 끄는 사건의 획책을 일삼고 있다”면서 “문학영역의 랭킹 조작은 분명 그러한 의도의 산물로, 모 작가는 몇 순위인가, 인세 수입은 얼마인가 등의 경쟁 방식이 더욱 대규모적인 문학사의 겨룸을 조작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는 한때 혁명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금은 혁명이 지나간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중국 당대문학의 급선무는 진지하게 이 세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고 주변의 역사와 전방위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난 주석의 기조연설은 최근 한국 출판계에서 벌어진 사재기 파문과 한국시인협회의 근대사인물 시집 ‘사람’ 회수 논란과 관련, 양국 문학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작가들의 순위를 매기거나 권력에 아부하려는 경향이 한국과 중국의 문단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을 상기시키고 경종을 울린 내용이기 때문이다.

김주연(문학평론가)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자연을 노래하며 자연을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에서 “오늘날 자연을 노래하는 일은 부질없는 시대착오적 여가로 밀려나고 있는데, 이는 주머니에 담겨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 연신 게임하는 일에만 열중하는 등 자연과 인간 사이를 기계가 차단하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볼 때 자연을 위협하는 것은 쓰레기나 핵무기들보다 아마도 스마트폰과 같은 작고 정교한 기계 세계에 있는지도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따라서 오늘의 문학은 기계가 차단시킨 자연과 인간 사이의 거리를 회복시키는 일을 사명으로 삼아야 한다”며 “디지털의 절정은 이제 그것이 유턴할 때가 되었거나 적어도 아날로그와 병존할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가들은 시와 소설 분과로 나누어 각자의 작품을 낭독하고 작품의 의미와 배경, 양국의 문학이 자연과 인간을 그리는 방식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설 분과 작품 발표에서 김주영이 최근작 ‘잘 가요 엄마’를, 박상우는 ‘백일홍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서하진은 ‘비망록, 비망록’을 각각 낭송했다. 중국 측에서는 아라이가 ‘절름발이, 또는 신의 법칙’을, 양사오헝이 ‘땔거리 걱정’을, 판샤오칭이 ‘향화(香火)’를 각각 발표했다.

시 분과 작품 발표에서 황동규 시인은 늦가을 서울 인사동에서 늙마에 미국 가는 친구를 만난 소회를 담아 “허나 같이 살다 누가 먼저 세상 뜨는 것보다/ 서로의 추억 반짝일 때 헤어지는 맛도 있겠다./ 잘 가거라./ 박테리아들도 둘로 갈라질 때 쾌락이 없다면 왜 힘들여 갈라지겠는가?/ 허허.”(‘이별 없는 시대’)를 낭송했다. 또 이시영 시인은 “모진 겨울 넘기고 나오셨구나/ 서울역 앞 몸에 좋은 약초 파는 할아버지/ 그 사이 공순하던 허리가 땅에 더 가까워지셨구나”(‘삶’) 등을 발표했다.

중국 측 시인 쯔촨은 “세상일은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니/ 내가 결코 모든 것을 알 수 없음을 혜량하시게/ 문을 들어설 때 안내판에 써 있었네: 오른쪽을 보시게// 오른쪽에는 사철 푸른 나무 한 그루가 서있는데/ 그 나무는 생명력이 없는 모조품이라네:(‘오른쪽을 보시게’) 등의 시를 낭송했다.

한중작가회의는 27일 각 분과별 작품 발표에 대한 종합토론을 펼친 뒤 폐막한다.

샤먼(중국 푸젠성)=글·사진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