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시진핑 ‘오랜 인연’… 한반도 해법 모색할까
입력 2013-05-26 19:14 수정 2013-05-26 22:27
한반도에 대화 국면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한·중 정상회담이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랜 친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결정적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한반도 정세를 전향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7월 저장성 공산당 서기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시 주석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한나라당 실무진은 “외교 관례상 급이 맞지 않는다”며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 대통령이 지방 일정까지 미룬 채 적극적으로 면담을 추진해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했다. 특히 시 주석은 새마을운동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고, 시 주석의 요청에 따라 박 대통령이 라면상자 2개 분량의 관련 자료를 준비해 전달하기도 했다. 8년의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각국의 정상이 됐고, 지난 3월 통화에서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을 향해 “중국 국민과 나의 오랜 친구(老朋友)”라는 표현을 썼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친분 이외에도 중국과 인연이 깊다. 1997년 정계에 입문한 뒤 공식적으로 중국을 방문한 횟수만 네 차례다. 첫 방중은 2001년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과 함께였다. 경제개발을 추진하고 있던 중국 측 인사들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본격적인 ‘중국통’ 또는 ‘지화파(知華派)’로 부각된 시점은 시 주석과의 만남 두 달 전인 2005년 5월 공산당의 초청을 받아 중국을 찾았을 때다. 야당 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당시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만나 북핵 문제를 직접 논의했다.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직후였고, 한반도 안보 환경은 현재와 유사한 면이 많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모태가 된 ‘밥상론’을 폈다. 밥상에 밥, 국, 반찬, 찌개 등을 다 올려놓고 식사하듯 북핵 문제도 북한이 핵 포기 시 어떤 이득이 주어지는지, 핵개발 강행 시에는 어떤 불이익이 기다리는지 제시하고 선택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때 행보가 박 대통령이 대권주자로서 ‘대세론’을 형성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2006년 17대 대통령 예비후보로서 중국을 방문했던 박 대통령은 국빈급 대접을 받았다. 다이빙궈 외교부 상무부부장 등 중국 유력 인사들을 만났고, 중국 공무원 및 석·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새마을운동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북·미 접촉을 위해 중국을 찾은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회동을 갖기도 했다. 가장 근래에 방중한 때는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경쟁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대통령 당선인 특사 자리를 제안하자 전격적으로 수락해 방중 길에 올랐던 일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