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협상파 힘 실리나

입력 2013-05-26 19:12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 북한 내 ‘협상파’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경파’로 알려진 최 총정치국장이 직접 방중해 대화 의지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한 대북소식통은 26일 “출구전략 없는 군부의 강경 일변도 행보 속에서 김정은 체제의 양대 권력자인 최 총정치국장과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사이에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다”며 “그러나 특사 방중으로 김정은 체제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장 부위원장의 입지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 다음으로 군부 2인자인 최 총정치국장은 장거리 로켓 발사가 성공하자 군부 강경파에 편승해 3차 핵실험과 대남 군사위협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6자회담의 종말을 주장했던 북한의 종전 입장을 스스로 뒤집었다.

이에 따라 북한 내 협상파에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 부위원장은 그동안 경제개혁 조치와 특구 조성, 외자 유치를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책을 지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 방중 및 대화 분위기는 지난 4월 복귀한 ‘대표적 경제통’인 박봉주 내각 총리가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 제1위원장이 잇따라 군 간부 인사를 실시한 것도 목소리가 커진 강경파 길들이기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제1위원장은 이달 초 인민무력부장이던 김격식을 6개월 만에 장정남으로 전격 교체했다. 최근에는 인민무력부장에서 물러난 김격식을 군 총참모장으로 임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8일 김 제1위원장이 미림승마장에서 지휘봉으로 군 관계자들을 질책한 장면이 노동신문에 나온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군 수뇌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김 제1위원장이 최근 군부대 시찰을 두 달 만에 재개한 것은 잇단 ‘경고’ 끝에 군부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산하 동해후방기지 등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