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대화의사 밝혔지만 낙관하기는 일러

입력 2013-05-26 19:05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 취하도록 한·미·중 더 노력해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25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특사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중과 관련해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평화번영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중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최 특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6자회담 등 여러 형식의 대화·협상을 통해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각국과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수개월째 한반도 긴장을 한껏 고조시켜온 북한이 대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화를 통한 한반도 정세의 안정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낙관하기는 이른 듯하다. 조선신보가 관련기사에서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외교적 입지를 넓혀주었다”거나 “미국이 위기수습의 방책을 내놓아야 할 때”라는 등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편 것부터 그렇다. 북한이 핵 도발 등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온 장본인이라는 점은 국제사회가 다 알고 있음에도 반성하는 기색은 전혀 없다. 조선중앙통신이 최 특사 방중을 통해 전통적인 북·중 친선이 공고하게 발전될 것이라는 점만 부각하고, 최 특사가 시 주석에게 6자회담 복귀를 시사한 것을 보도하지 않은 점도 마찬가지다. 시 주석이 최 특사에게 강조한 한반도 비핵화 언급도 제외했다. 북한이 진정으로 대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게 만드는 대목이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한술 더 떴다. 같은 날 내놓은 담화를 통해 북한의 경제·핵 병진노선이 성공할 수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 발언을 “무엄한 망발”이라고 비난하면서 ‘괴뢰 대통령’이라고까지 불렀다. 그리고 “핵무력 건설이 있기에 미국의 침략책동을 짓부시고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생각도, 핵을 버릴 마음도 없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내달 초 워싱턴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고, 하순에는 베이징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 확실시 된다. 김정은이 갑자기 중국에 특사를 보낸 데에는 두 회담으로 북한이 더욱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내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미·중 3국 정상이 일관된 메시지를 북한에 주는 것이 절실하다. 핵 도발로는 얻을 게 없으며,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는 등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참여하는 길이 체제유지를 위해서도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을 김정은이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특사가 대화 의사를 표명했으니 우리나라나 미국이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도록 대북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쁜 행동엔 보상이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를 꾸준히 실행에 옮김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나쁜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못 박는 일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