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T 勞使 상생노력 타 기업으로 확산돼야

입력 2013-05-26 19:01

KT 노조 조합원들이 엊그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노사 단체교섭 가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벌여 82.1%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KT는 13년 연속 노사가 대립하지 않고 단체교섭안을 가결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이 회사 단체교섭안에는 시사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우선 임금을 전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연구수당 등 관행적으로 지급한 각종 수당을 폐지하기로 했다. 노조와 조합원들이 사실상의 임금 삭감을 수용한 것이다. 폐지한 수당을 통해 마련한 재원은 은퇴자들을 위한 재능 나눔 프로그램인 ‘사회공헌 일자리’ 확대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상품 판매를 전담하는 직군인 ‘세일즈직’을 신설해 고졸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청년층과 노장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에 노사가 나서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경쟁력을 높이고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역할과 성과 중심의 보상체계를 강화하고, 근로 시간과 장소 선택권을 확대키로 한 방침도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맞닥뜨린 경제상황이 위기라는 데 KT 노사가 인식을 같이하고 상생을 위한 접점을 추구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KT 노사는 고졸 신입사원들이 허드렛일만 하면서 승진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사내외 교육과 능력 중심의 인사 등을 통해 배려할 필요가 있다.

KT 단체교섭안은 그동안 노사가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단체교섭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 결과가 나온 이후 반응을 보면 노사가 동반자의 길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윤모 위원장은 “국민과 뜻을 함께하면서 청년실업 해소 등을 위한 사회적 노력에 힘을 더하겠다”고 다짐했고, 이석채 회장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밝힌 노조와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제 잇속만 챙기는 일부 대기업 사업장은 KT 노사가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실천하고 있는 상생의 정신과 자세를 배워야 한다. 1년 가까이 노사가 극한 대립을 하면서 사회·노동단체와 정치권 등 제3자 개입까지 초래했던 한진중공업, 위험물질이 산적한 공장에서 ‘옥쇄 파업’까지 불사했던 쌍용자동차, 주문량이 밀려 있는데도 11주 동안 주말특근을 거부했던 현대자동차 노사는 KT를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노사가 철천지원수인 것처럼 대척점에 서서 상대방에게 굴종만을 강요하는 기업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정치파업과 이념투쟁에 올인하는 과격한 노동계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