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뱅킹 큰 손 고객 잡아라”… 은행 앱은 변신 중

입력 2013-05-26 19:03


‘손안의 은행’ 모바일뱅킹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휴대전화, 특히 스마트폰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각 금융회사는 새로운 모바일뱅킹 환경을 만드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단순히 금융거래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식단관리, 보안서비스 등 고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능까지 추가하며 모바일뱅킹을 넘어선 다목적 ‘모바일 금융세상’을 열고 있다.

모바일뱅킹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모바일 등록고객 수는 4113만명으로 지난해 말(3709만명)보다 10.9% 늘었다. 이용자가 늘면서 하루 평균 이용금액도 수직 상승했다. 지난 1분기 모바일뱅킹 하루 평균 이용액은 1조2640억원으로 전 분기(1조1340억원)보다 11.5% 늘었다. 2011년 말(7497억원)보다는 68.6%나 증가했다.

모바일뱅킹 성장의 배경에는 스마트폰 확산이 자리한다. 지난 1분기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 등록고객 수는 2807만명으로 전분기 말(2397만명)보다 17.1% 급증했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을 통한 이용실적도 하루 평균 1조2245억원에 달해 전체 모바일 거래의 96.8%를 차지했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VIP고객인 거액 자산가는 아직도 모바일뱅킹을 주저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2월 15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금융자산 5억원이 넘는 자산가 중 최근 1년 내 모바일뱅킹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13.3%에 그쳤다. 반면 1000만원 이하 자산을 가진 사람 중 모바일뱅킹 이용경험이 있는 사람은 46.7%에 달했다.

각 금융회사는 거액 자산가를 끌어들이고, 기존 모바일뱅킹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친다. 시중은행은 전통적 영업망인 점포 인력을 줄여가면서까지 모바일뱅킹 부서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거액 자산가가 ‘보안’을 이유로 모바일뱅킹을 외면하고 있어 개인·금융정보 보안 강화에도 인력·비용을 아낌없이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다 기존 금융회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기능으로 무장하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스마트폰 앱에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을 업그레이드하는 중이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카카오톡 게임 ‘애니팡’처럼 은행 앱에 접속해 게임을 하고, 고객끼리 점수 경쟁을 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게임뿐 아니라 각종 즐길거리도 추가해 굳이 금융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국민은행 앱에 최대한 오래 머물게 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IBK기업은행은 스마트폰 앱에서 판매하는 ‘흔들어 적금’ 상품에 ‘흔들면 돼지’라는 게임을 넣었다. 기업은행은 이 게임의 고득점자를 선정해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NH농협은행도 금융거래와 전혀 관계가 없는 ‘지인관리’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은 휴대전화에 등록된 연락처를 관리하는 기능뿐 아니라 연락빈도에 따라 ‘우리 친해요’ ‘나쁘지 않아’ ‘연락 좀 해’ 등 각 그룹으로 나눠준다. 하나SK카드는 중년층 이상 고객을 위해 자사 앱에서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유해 콘텐츠를 차단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금융권은 영업의 성패가 모바일뱅킹에서 갈릴 수 있다고 말한다. 심성태 국민은행 스마트채널본부장은 “금융사 앱에 머무는 시간이 영업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거래는 물론 생활에 편의를 줄 수 있는 각종 기능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