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시리아 내전 개입”… 지도자 나스랄라 공식 선언

입력 2013-05-26 18:55 수정 2013-05-27 00:33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도자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가 시리아 내전에 참여해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승리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25일(현지시간) 선언했다. 사실상 시리아 정부군에 병력을 지원하고 있던 헤즈볼라가 처음 무력 개입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시리아 내전이 이슬람 시아파 연대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나스랄라는 이스라엘군 철군 13주기인 이날 TV 연설을 통해 “시리아는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헤즈볼라의) 후방 안전을 책임진 국가로 후방 안전 국가가 (위험에) 노출될 때 팔짱을 끼고 지켜볼 수 없다”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이어 최근 북부 항구도시 트리폴리에서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계열 주민 간 충돌로 최소 23명이 사망한 사건을 거론하며 “반시리아와 친시리아 진영이 레바논 내에서 충돌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레바논은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종파와 반대하는 세력 간에 갈등을 겪고 있다. 그는 또 헤즈볼라를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과 관련, “(헤즈볼라는) 오랜 시간 테러리스트 명단에 기재돼 있었다. 종이 위의 잉크가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헤즈볼라는 특히 지난 19일부터 레바논과 시리아 서부 사이에 자리한 쿠사이르에서 시리아 정부군을 도와 탈환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 등은 헤즈볼라를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있으며 다음달 4일 유럽연합(EU)이 이 문제를 놓고 회의를 열 예정이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반발해 반(反)유대·범이슬람주의를 내걸고 설립됐다.

시아파 맹주 이란 또한 시리아 정부군에 병력 지원 의혹을 받고 있지만 공식 인정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국방장관은 이날 자국군을 시리아에 파병했다는 의혹을 거듭 부인하며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스랄라가 시리아 내전 개입을 인정한 다음날 헤즈볼라 장악 지역에 로켓 포탄이 떨어져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26일 오전 수도 베이루트 남부 마르 미카엘 지역의 자동차 전시장과 아파트 건물 2층에 107㎜ 그라드 로켓 포탄 2발이 떨어져 5명이 부상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