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오보·선정보도… 신뢰 위기 CNN
입력 2013-05-26 18:55
한국의 각 언론사에서 파견한 워싱턴 특파원뿐 아니라 미국 언론인들도 가장 가까이 하는 매체가 있다면 미 CNN방송일 것이다. 특히 큰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본능적으로 CNN을 틀게 된다.
하지만 최근 잇단 오보와 도 넘은 선정적 보도로 이 뉴스 케이블 채널에 그만한 신뢰성을 부여해야 할지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CNN은 지난 3월 말 이후 북한이 한·미 공동 군사훈련을 빌미로 무력 도발 위협 수위를 높이자 주요 방송 시간을 이 문제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북한 핵 개발과 도발 위협 관련 새로운 소식이 나오기만 하면 ‘긴급뉴스’라는 문패를 달아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방송을 보노라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이라는 느낌을 받기 충분했다. 당시 서울에 특파된 한 CNN 기자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한국인들의 일상을 전하며 이상하다는 투로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이 발생하자 북한 관련 뉴스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이번에는 테러 사건으로 주요 뉴스 시간이 채워졌다. 무엇보다 오보가 이어졌다.
CNN은 지난달 17일 오후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테러범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긴급 뉴스를 타전했다. 특종보도를 강조한 CNN방송은 경찰이 용의자의 신병을 확보했다는 후속기사도 내보냈다.
그러나 얼마 후 용의자 체포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정부소식통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후에도 CNN은 용의자 차르나예프 형제가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기 전 식료품점을 습격했다고 보도했지만, 수사당국은 몇 시간 뒤 이를 공식 부인했다.
워싱턴포스트 계열의 온라인잡지 ‘슬레이트(Slate)’는 ‘긴급뉴스는 망가졌다(Breaking News Is Broken)’는 제목으로 큰 사건이 벌어졌을 때 실상 파악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며 케이블 뉴스를 보지 말고 트위터도 확실히 끄라는 기사를 실었다.
뉴욕타임스의 미디어 전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카는 CNN 경영진이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되찾으려다 그동안 쌓아온 명성(big brand)을 퇴색시키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전 미국인들은 CNN이 ‘선(善)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