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번 왼발 유럽 평정… 뮌헨 12년만에 UCL 우승

입력 2013-05-26 18:48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구단’ 바이에른 뮌헨의 우승으로 2012∼20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가 막을 내렸다. 뮌헨은 2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결승에서 아르연 로번(29·네덜란드)의 극적인 결승골을 앞세워 2대 1로 이겼다.

12년 만에 ‘유럽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통산 다섯 번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뮌헨은 우승 상금 1050만 유로(약 153억원)를 챙겼다. 라운드별 진출 수당, TV 중계권료 그리고 입장 수입을 더하면 총 수입은 1000억원이 넘는다.

◇역적에서 영웅으로=이날 경기에서 단연 돋보인 선수는 로번이었다. 로번은 1골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엔 발이 무거웠다. 두 차례나 도르트문트 골키퍼 로만 바이덴펠러와 맞서는 기회를 잡았으나 번번이 막혔다. 그러나 후반은 달랐다. 로번은 후반 15분 폭발적인 돌파로 골라인 왼쪽으로 파고들어 쓰러지면서 낮은 크로스를 날려 마리오 만주키치의 선제골을 도왔다. 승부가 연장으로 넘어갈 것 같았던 후반 44분엔 결승골을 뽑아냈다. 로번은 프랭크 리베리가 골지역 정면에서 연결해 준 힐 패스를 받아 수비수를 따돌린 뒤 골키퍼와 맞서 왼발로 방향을 바꾸는 절묘한 결승골을 만들어 냈다. 1년 전의 아픔과 함께 큰 무대 징크스를 날리는 결승골이었다.

로번은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첼시와의 결승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해 비난을 샀다. 연장 전반에 디디에 드로그바의 반칙으로 얻어낸 페널티킥에 키커로 나섰지만, 슈팅은 골키퍼 페트르 체흐에게 막혔고, 뮌헨은 결국 첼시에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만장일치로 결승전 MVP에 오른 로번은 최근 은퇴한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으로부터 ‘맨 오브 더 매치’ 상을 받았다.

◇확 달라진 독일 축구=사상 처음으로 독일 클럽끼리 맞붙은 이번 결승전은 분데스리가의 전성기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뮌헨과 도르트문트는 4강에서 세계 최강이라고 자부하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각각 꺾고 결승에 올랐다. 전통적으로 힘을 앞세웠던 독일 축구는 정교한 패스와 강한 압박까지 갖춰 크게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 축구의 발전 원동력은 충성 팬들과 우수한 유소년 육성 시스템이다. 도르트문트이 경우 유럽 축구계에서 최다 평균 관중(경기당 8만여 명)을 자랑한다.

이처럼 분데스리가에선 경기마다 구름관중이 몰려들고,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한 분데스리가 구단들은 수입의 일부를 유망주 육성에 사용한다. 독일 축구 1, 2부 클럽은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한 토마스 뮐러, 필립 람,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이상 뮌헨), 마리오 괴체, 마르코 로이스, 제바스티안 켈(이상 도르트문트) 등은 소속 팀에서 키운 선수들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