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민봉관’ 전술 유지 가능성… 개성공단 당국간 회담 성사 불투명

입력 2013-05-26 18:28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정치’로 한반도에 대화 모멘텀이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당국간 대화를 통한 개성공단 정상화 여부가 꼬인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표면적으로 북한은 여러 남북 현안에 대해 대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이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를 동원해 우리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직접 ‘방북 허가’ 팩스를 보냈다. 입주기업들은 30일 방북을 허용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북한이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꿨는지는 우리 정부가 제안한 당국간 회담에 응하느냐 여부에 따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개성공단 완전 폐쇄를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한 만큼 그동안의 강경 스탠스를 선회해 당국간 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북한은 또 6·15 공동선언 실천 북측위원회를 통해 올해 열리는 6·15 공동선언 13주년 기념행사를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개최하자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이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전격 제안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 등에 대해 일관되게 ‘근본문제’ 해결을 요구한 것을 감안하면,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트는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도 유력하게 제기된다. 실제 북한은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방중 이후 연일 우리 정부에 강력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여기에 북한은 당국간 회담보다는 민간 차원 교류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북한은 당국간 회담은 거부하고 민간 접촉은 하겠다는 이른바 ‘통민봉관’(通民封官) 전술을 줄기차게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와 민간 간의 ‘남남(南南)갈등’을 유발하겠다는 술책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해 직접 방북허가 팩스를 보낸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대화 제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민간차원이 아닌 ‘당국간’ 접촉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코 북한 전술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스탠스다.

북한이 남북 대화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그동안 그들이 채택해온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도 한몫을 하고 있다.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과의 체제 협상에 매달리는 북한으로서는 남북대화를 우선순위 밖으로 미뤄 둘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 총정치국장의 방중은 6월 들어 잇따라 열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다음달 7일), 박근혜 대통령(6월 말)의 중국 방문과 깊은 관계가 있다”면서 “한·미 정상이 시 주석을 만나기 전 먼저 선수를 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천안함·연평도 도발 사과 문제도 남북 관계를 가로막는 요소다. 우리 정부는 여전히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천안함은 우리가 한 게 아니다”라며 2010년 천안함 피격 이후 나온 정부의 5·24 조치의 선(先)철회만 요구하고 있다.

중단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도 남북 양측간 대립의 또 다른 변수다. 여전히 북한은 관광객 신변안전을 확약해주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당국간 대화를 통해 이 모든 문제를 함께 논의해보자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