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시진핑 회담이 국면전환 중대고비

입력 2013-05-26 18:29

미국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6자회담을 포함한 각종 형식의 대화’를 원한다며 과거와 다른 입장을 피력했지만 여전히 유보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패트릭 벤트렐 국무부 부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한두 가지 일로 성격을 규정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북한은 뭐가 필요한지 알고 있다. 국제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진지한 의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화국면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북한에게 “대화를 하려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비록 김정은의 특사 최룡해가 이번 방중 기간에 ‘대화의 의지’를 언급했지만 여전히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점은 미국이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배경이다.

외교가에서는 다음달 초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릴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이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의 특사가 전해온 얘기를 시 주석으로부터 보다 상세하게 전달받게 될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결심을 하느냐에 따라 6자회담은 물론이고 북·미 접촉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의 이후 ‘협상 가능’이라는 판단을 할 경우 미국은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과의 논의를 거쳐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 소식통은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지 않을 경우 미국 내부에서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최 총정치국장이 중국 방문 기간에 밝힌 6자 회담 등 대화 참여에 대해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북한이 대화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남·북한과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의 6자 회담에 북한이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이 같은 전망의 근거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북한의 핵무기 포기 선언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또 최 총정치국장의 방중 배경에 대해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위 등을 주요 의제로 삼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다음 달 초 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당황했음을 보여준다”고 미국과 중국의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