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외국인 추적] 李회장 공개매수하자 외국인 60만주 매도 ‘아리송’

입력 2013-05-26 18:17 수정 2013-05-26 22:25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해외 법인 등 차명계좌를 동원해 CJ㈜와 CJ제일제당의 주가를 장기간 조직적으로 부당 관리한 구체적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2004년, 2007년, 2008년 두 회사의 주가 동향과 주주 지분변동, 특정 외국인 명의 계좌의 해당 지분율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 중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2007년 CJ㈜ 지분을 대량 취득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주주들의 수상한 매매 패턴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싼 값에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시세조종이 이뤄졌다는 의혹이다.

CJ그룹은 2007년 6월 CJ㈜에서 CJ제일제당을 떼어냈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CJ㈜는 그룹 내 피라미드 지배구조 정점에 올랐고, 이 회장은 CJ㈜ 지분만 대량 확보하면 자회사 지분 없이 그룹 내 모든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자신이 지닌 CJ제일제당 주식을 CJ㈜가 ‘전량’ 매수하도록 ‘주식공개매수’를 진행했다. CJ제일제당 1주 가격을 30만원으로 계산한 뒤 해당 금액만큼 신규 발행한 CJ㈜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신규 발행 CJ㈜ 주가는 2007년 10월 30일부터 그해 11월 29일까지 평균 주가로 정했다. 결국 CJ㈜ 주가가 떨어지면 CJ제일제당 주식으로 살 수 있는 이 회장 지분이 늘어나는 구조다.

주가는 실제로 10만1500원에서 7만7400원으로 31.1% 급락했다. 분할 직전 CJ㈜ 주가 절반 수준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외국인들도 CJ㈜ 주식 50만9937주를 팔았다. CJ㈜ 신규 발행가 8만1400원으로 계산하면 400억원가량이 된다. 이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해외 법인 일부가 동원돼 시세조종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이를 통해 CJ㈜ 지분이 43.3%로 늘었다.

CJ㈜가 중국 인도네시아 터키 등 활발한 해외 진출을 벌인 2004년의 외국인 지분율도 눈에 띈다. CJ㈜는 2004년 4월 칭다오 등 중국에 3개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CJ인터넷도 인수했다. 호재성 이슈로 연초 6만2000원이던 CJ㈜ 주가는 7만1500원까지 뛰었고 외국인 지분율도 31%에서 42%로 올랐다. 이 회장의 해외 차명계좌가 이 기간 대량 생성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국인은 2008년 1월부터 5개월간에도 CJ제일제당 주식을 무려 100만주나 사들였다.

검찰은 이 회장 자녀들이 CJ그룹 비상장 회사들의 지분을 갖게 된 경위나 자금 출처도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2006년 6월 굴업도 복합레저타운 건설 사업을 위해 세워진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자본금 190억원이 전액 이 회장 개인 재산에서 출자됐다. 이 회장 비자금을 관리했던 이모(44)씨가 초기 투자를 총괄했다. 당시 20대 전후였던 이 회장 딸 경후(28)씨와 아들 선호(23)씨는 각각 20%, 37.89% 지분을 나눠 가졌다. 두 사람이 지분 36%를 보유 중인 CJ파워캐스트의 경우 이 회장은 2009년 8월과 9월 이 회사 지분 40%를 매입했다가 그 다음해 12월 자신의 지분 전체를 딸과 아들, 조카(4%)에게 되팔았다. 이 회장이 51억원의 차익을 남긴 ‘희한한’ 거래였다.

Key Word-검은머리 외국인

외국인 투자자 행세를 하면서 국내 주식을 사들여 불건전한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한국인 투자자.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보다 자금력·정보력이 뛰어나다고 인식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추종 심리를 이용한 세력이다. 대개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국내 주식을 거래해 특정 종목에 외국 자금이 유입되는 것처럼 연출한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