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SAT 문제 유출 학원 완전 퇴출”

입력 2013-05-26 18:11

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SAT) 문제유출 정황이 드러나 국내에서 예정됐던 시험이 잇따라 취소되자 교육 당국이 강도 높은 근절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미 한국 학생들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한 상태에서 ‘뒷북 대응’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은 문제유출 등 문제를 일으킨 학원이 설립자 명의나 위치만 바꿔 재등록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SAT교습 학원 정상화 대책’을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그동안 학원가에서는 문제를 유출한 학원들이 위치나 간판만 바꾸고 영업하면 오히려 인기를 끄는 기현상이 벌어졌었다. 또한 시교육청은 검찰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새로운 SAT 학원의 등록을 제한하고, 무등록 학원은 즉시 폐쇄 조치하고 불법 시설임을 알리는 게시문을 붙일 방침이다.

일단 시교육청은 27∼31일 문제를 유출한 의혹을 받는 학원 12곳을 집중 점검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비수도권 학생이나 유학생들이 학원에 몰리는 6∼8월에는 시내 전체 SAT학원들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SAT 문제가 유출됐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수

사기관·세무당국과 공조하는 체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SAT주관사인 칼리지보드(College Board)는 시험문제 유출 정황이 포착되자 국내의 5월 시험과 6월 생물시험을 취소한 데 이어 지난 25일에는 일부 응시생들의 시험 자격을 박탈했다. 시험 자격을 박탈당한 학생들은 칼리지보드로부터 이메일로 통보를 받았다. 이메일을 받지 않은 학생들은 6월 시험을 예정대로 볼 수 있다. 칼리지보드는 이들의 시험 자격 박탈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이유나 박탈당한 학생 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문제 유출로 인한 시험 취소나 응시자격 박탈 등이 잇따르자 미국 유학 준비생들과 학부모들은 SAT학원들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교육당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유학 준비 고교생을 자녀로 둔 심모(46·여)씨는 “(SAT 문제 유출 사태가) 전체 유학 준비생으로 불똥이 튀는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답답하다”며 “한국 유학 준비생 전체가 외국 대학들로부터 도매금으로 취급당할 것이 뻔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강렬 미래교육연구소 소장은 “연말까지 시험이 계속 있어 수험생들이 아직 당황할 단계는 아니다. ACT(American College Testing)라는 대체 시험도 있다”며 “다만 한국의 신뢰도를 깎아먹는 강남의 SAT학원들은 철퇴를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