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특사 방중 이후 수순은… 北 ‘비핵화’ 빠진 대화 가능성

입력 2013-05-26 18:02 수정 2013-05-26 22:21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특사인 최룡해 인민국 총정치국장의 방중을 계기로 어떤 형태로든 대화 국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비핵화가 담보되지 않는 ‘알맹이 빠진 대화’ 국면이 지루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북한이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거칠게 비난하고 나서 남북 관계는 더욱 예측불허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26일 “대화 국면으로 넘긴다는 데만 북한과 중국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 같다”며 “최 총정치국장의 방중은 북한이 대화 의지가 있음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려는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최 총정치국장이 비핵화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을 볼 때 북한이 향후 6자회담에 복귀하더라도 핵 포기 대가로 체제 보장 및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는 ‘김정일시대’의 협상 카드를 다시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핵 보유를 전제로 한 군축회담이나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대화 주장을 재차 들고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설사 대화에 나서더라도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그대로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북한은 정전협정 당사국을 남한이 아닌 미국으로 여기며 우리 정부를 철저히 배제해 왔다. 또 북한이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에는 부드럽게 접근하면서도 남한 정부에 대해선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런 전망을 반증하듯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25일 발표한 담화에서 박 대통령을 “괴뢰대통령 박근혜” 등으로 지칭하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대변인은 북한의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무엄한 망발을 늘어놓았다”며 “우리에 대한 박근혜의 극악한 대결본색이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드러난 이상 우리는 이에 대하여 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또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이 있기에 미국의 거듭되는 핵 공갈과 침략 책동을 걸음마다 짓부수고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 겨레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4일 대변인 문답에서 박 대통령을 ‘정신병자’라고까지 지칭했다.

결국 북한은 다음달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향후 대화 행보와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