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기독 신앙의 바람직한 모습은 기도·신조·확신 통한 균형잡힌 믿음”

입력 2013-05-26 17:25


“오늘날 기독교는 믿음(belief)에서 경험이 중시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신앙은 경험뿐 아니라, 이성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기도’와 ‘신조’와 ‘확신’을 통해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지난 25일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 미국의 종교학자 다이애나 버틀러 배스 박사가 제6회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에서 ‘21세기 기독교신앙의 바람직한 모습’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배스 박사는 이날 200여명의 목회자와 신학교수 앞에서 급변하는 21세기 사회 속에서 기독교가 직면한 과제와 나아갈 방향을 통찰력 있게 제시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현대 기독교인들은 믿음의 내용(what)보다는 믿음의 방식(how)에, 교리보다는 영적 경험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기독교가 크게 성장하면서 기독교 공동체와 신학의 본질이 변화되고 믿음에 대한 합리주의적 개념은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경험이 이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며 이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경험적 믿음 혹은 경험으로서의 믿음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거듭 ‘기도 신조 확신’을 강조했다. 예배와 기도는 기독교 신학과 교리와 신조를 형성해 왔으며 또한 신조를 단순히 지성적인 고백이 아니라 신뢰를 담은 실존적인 고백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험적인 믿음으로서 확신을 강조하고, 교회를 확신의 공동체라고 정의했다.

미국 듀크대에서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의 종교와 문화에 정통한 작가이자 학자이다. ‘우리 나머지를 위한 기독교’ ‘종교 이후의 기독교’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 저서와 칼럼, 블로그 등을 통해 종교와 영성문제를 탐구해 왔다.

서원모(장신대) 교수는 “배스 박사의 이날 강연과 제안이 ‘한국교회에선 어떤 의미를 가질까’ 생각해 봤다”며 “한국교회는 배스 박사가 언급한 복음주의자들과 가깝다. 최근 한국교회는 경험을 강조하는 전통이 더 강해진다고 느끼고 있다”고 논찬했다.

서 교수는 “경배와 찬양운동, 디지털 문화가 최첨단으로 발전하면서 이성보다는 감성, 생각하고 따지기보다는 경험하고 참여하는 쪽이 주된 흐름이 되고 있다”며 “이성에 대한 불신, 반(反) 지성주의도 한국교회에서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지성이나 이성에 대한 호소가 약한 한국교회는 배스 박사의 강연 내용을 귀담아 들을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참석한 한 학생이 “교리(말씀)적인 지식 없이 영적 체험만으로도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느냐”고 묻자, 배스 박사는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교리를 먼저 말하지 않았다. ‘나를 따르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고 선포하신 것이다. 즉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하고 어떻게 진리를 갖고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라고 답했다.

이 심포지엄은 우리나라에 온 최초의 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의 선교 정신을 기리기 위해 새문안교회 등 언더우드 자매교회협의회 회원 교회 21곳이 2008년부터 언더우드 선교사의 모교인 뉴브런스윅 신학교와 함께 여는 행사다. 새문안교회는 언더우드 선교사가 1887년 9월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조직교회(당회가 구성된 교회)다. 배스 박사의 강연은 27일 오전10시 서울 광장동 장로회신학대와 오후1시 서울 신촌동 연세대에서도 열린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