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진·린 댄스… 잭슨이 돌아왔다

입력 2013-05-26 17:19


태양의 서커스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 투어’ 일본 공연 현장

마이클 잭슨(1958∼2009)은 살아있었다. 적어도 이 무대에서만은. 그가 직접 부른 노래가 무대를 달궜고, 생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가 나지막한 음성으로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불신의 시대에 믿음을” 호소하자 1만 여명이 가득 모인 객석은 뭉클함에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지난 24일 오후 7시 일본 나고야 니혼가이시홀. ‘태양의 서커스: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 투어(Michael Jackson the IMMORTAL World Tour)’의 막이 올랐다.

◇잭슨의 실제 목소리와 숨 막히는 서커스의 결합=공연은 ‘불멸의 가수’ 잭슨의 목소리에 라이브 밴드의 강렬한 연주, 서커스 단원의 아찔한 기예가 어우러진 대형 콘서트 느낌이었다. 잭슨이 생전 녹음했던 CD에서 반주를 걷어내고 그의 목소리만을 땄고, 여기에 무대 위 밴드의 연주를 합쳤다. 농구장보다 큰 화면에서는 잭슨의 퍼포먼스 영상과 무대 위 실시간 공연 모습이 함께 펼쳐졌다.

‘잭슨 파이브’ 시절 다섯 살짜리 꼬마의 모습부터 카리스마 내뿜는 성인의 잭슨까지, ‘스릴러’ ‘비트 잇’ 등 히트곡 35곡이 2시간 동안 흘러나왔다. 매 곡마다 가사에 맞춘 영상과 함께 댄서·마임배우·곡예사 등이 무대에 나와 한 편의 완성된 작품을 만들었다.

어둠 속에서 홀로 반짝거리는 하트 모양 소품은 숙연한 분위기를, 잭슨의 생전 대저택인 ‘네버랜드’ 대문은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봉에 매달린 서커스 단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곡예, 한쪽 다리를 잃은 댄서의 열연 등 인상적인 장면이 지나갔다. ‘스무스 크리미널’에 맞춰 댄서들이 잭슨의 전매특허인 한 발을 무대에 고정시키고 30도로 기울어진 몸을 지탱하는 ‘린 댄스’를 선보일 때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후반부로 갈수록 열기는 뜨거워졌다. ‘빌리 진’ 퍼포먼스에서는 성인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대형 구두 한 켤레와 반짝이는 장갑이 무대로 걸어 나왔다. 압권은 LED(발광다이오드) 의상. 한 벌에 전구 600개가 들어간 옷을 입은 댄서 10명이 어둠 속에서 LED 조명으로 만들어 내는 무대는 장관이었다. LED 의상은 잭슨의 아이디어. 그는 사망 직전까지 준비 중이었던 ‘디스 이즈 잇 월드 투어’에서 이를 보여 주려했었다.

공연은 때로는 감미로운 영상으로, 때로는 신나는 음악으로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잭슨의 팬이라면 아마도 눈물이 나는 무대였을 것이고, 그의 팬이 아니어도 흥겹게 즐기기에 충분했다.

◇7월 서울·대구 내한공연=잭슨은 태양의 서커스 팬이었다. 경이로운 무대를 보고자 미국에서 캐나다 몬트리올 본사까지 직접 방문했을 정도다. 이러한 인연을 바탕으로 태양의 서커스는 잭슨 재단과 3년 동안 잭슨의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는 독점 계약을 맺었다.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 투어’의 각본 및 감독은 대형콘서트 연출가이자 잭슨의 ‘데인저러스 월드투어’(1992)에 함께 했던 제이미 킹이 맡았다. 음향을 맡은 제빈 안튠스는 “관객이 아주 가까이에서 잭슨을 느낄 수 있도록 잭슨의 손가락 스냅이나 발 구르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태양의 서커스 무대와는 달리 이 공연은 대형 아레나(경기장)에서 진행된다. 규모가 크다. 한 번 공연에 의상만 252벌, 소품을 나르는 대형 트럭만 2대다. 초대형 무대장치를 실은 1톤짜리 컨테이너 49대가 동원된다.

2011년 몬트리올에서 개막한 이 공연은 지금까지 100개 도시에서 200만명이 관람했으며 2억200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뒀다. 잭슨이 사후에도 ‘불멸’의 위력을 과시한 셈이다.

이 공연이 일본과 대만 타이베이를 거쳐 오는 7월 서울(10∼14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과 대구(17∼21일 엑스코 1층 전시홀)로 온다. 기대에 앞서 우려도 있다. 체조경기장 천장에는 아무런 장치가 없다. 서커스단이 공중곡예를 하기 위해서는 골조 구조물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구조물의 무게만 49톤이다. 바닥도 마루재라 지반 공사가 필요하다.

한국 공연을 맡은 마스트엔터테인먼트 김용관 대표는 “공연 성사를 위해 체조경기장의 천장에 조명과 무대 제어장치를 설치하는 골조 구조물을 세우고 바닥 지반공사까지 하고 있다. 국내 아레나 쇼의 정수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최초의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고야=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