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이웃에 사랑·생명·희망 한포대씩

입력 2013-05-26 17:14


쌓여 있는 쌀가마니, 쌀이 가득한 쌀독만 봐도 배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쌀은 우리 민족에게 주식(主食)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구호개발 NGO 월드휴먼브리지(대표이사 김병삼)가 올해도 한부모가정에 쌀을 지원하는 ‘사랑의 곳간’ 사업을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사랑의 곳간’은 지자체 및 후원 기관의 추천을 받은 저소득·한부모 가정에 매월 10㎏ 쌀 한 포대씩 택배를 통해 가정으로 배송해 주는 사업으로, 연중 안정적으로 쌀을 지원해 형편이 어려운 한부모가정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됐다.

월드휴먼브리지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전 부산 서산 성남 지역에 사는 600여 저소득·한부모 가정에 쌀을 지원했으며 올해도 대전산성교회(지성업 목사) 만나교회(김병삼 목사) 부산성시화운동본부(본부장 최홍준) 서산제일교회(이구일 목사) 충주남부교회(김광일 목사)의 후원을 받아 대전 부산 서산 성남 충주 지역의 600여 가정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매달 배달되는 쌀은 그동안 한부모가정에 따뜻한 격려로 전달돼 왔다. 성남월드휴먼브리지(대표 최순식)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쌀 지원을 받았던 이영희(가명·43)씨는 매월 쌀을 지원받는 것 자체가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6년 전 남편을 잃고 혼자 두 아들을 키우던 이씨는 얼마 전 찾아온 신우염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겨 현재는 다니는 교회와 동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처음 쌀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연락받았을 때 집에 쌀이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는 이씨는 “힘들고 살 의욕이 없을 때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분들이 있다는 게 정말 반갑고 감사했다”며 “주는 분에게는 쌀 한 포대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사랑이고 생명이고 살게 하는 희망이기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부산월드휴먼브리지(대표 박성규)의 지원으로 ‘사랑의 곳간’ 수혜를 받은 김사랑(가명·34)씨는 어머니,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김씨를 비롯한 3남매가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 관절염을 앓는 어머니가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있다. 늘 생계 걱정에 한숨부터 나왔다던 그에게 위안이 생긴 건 ‘사랑의 곳간’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김씨는 “10㎏ 쌀 한 포대지만 매달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며 “흰 쌀밥에 김치 한 조각 올려놓은 게 식사의 전부지만 ‘사랑의 곳간’ 덕분에 마음이 든든하다”고 했다.

‘사랑의 곳간’ 총괄사업단장을 맡은 월드휴먼브리지 박정근 상임대표(영안침례교회 목사)는 “쌀 지원이 한부모가정에 정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 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랑의 곳간’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며 “한국교회가 쌀 기금의 효과적 지원을 위해 각 교회의 기금을 모으는 노력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랑의 곳간’ 기금 모으기는 월드휴먼브리지 홈페이지(whb.or.kr)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