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갑 차고 달아난 피의자도 못 잡는 경찰이라니

입력 2013-05-26 19:01

전주지검 남원지청에서 조사받던 도중 수갑을 차고 달아난 피의자가 광주에 잠입한 지 1주일이 지나도록 행적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마트에서 현금을 훔치는가 하면 대로를 활보하고 돌아다니는 장면이 CCTV에 잡혀 수사기관을 농락하고 있다. 입만 열면 민생치안을 강조하는 경찰이 탈주범 하나 못 잡는 한심한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근래 들어 피의자가 수갑을 차고 달아나는 사건이 잦아지자 경찰은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까지 시켰으나 피의자 도주는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일상화된 무사안일과 근무기강 해이가 원인이라고 해도 경찰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번 도주 사건은 경찰서 유치장이나 보호실이 아닌 검찰청사에서 발생해 수사지휘권자로서의 체면도 구겨졌다.

사실 수갑을 찬 피의자의 경우 경찰의 방심을 유도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피의자보다 도주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실제 경찰청 감사관실이 2010년부터 3년간 피의자 도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61건의 도주 사건 중 절반 이상인 34건이 수갑을 찬 채 달아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4건의 도주 가운데 수갑을 찬 채 달아난 것은 2건이다.

범죄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탈주범은 기존에 자신이 저지른 범죄 외에 도주로 인해 추가 범죄를 이미 저지른 상태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무척 쫓기는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 때문에 잡히면 끝장이라는 불안감에서 보다 흉포화할 가능성이 높다. 검거를 모면하기 위해 인질극 등 흉악한 제2, 제3의 범죄가 잇따를 수 있다는 말이다. 조기에 탈주자를 잡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과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검찰의 임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 경찰을 지휘해 탈주범을 빨리 잡는 것만이 떨어진 권위를 회복하는 일이 될 것이다. 아울러 조사받던 피의자가 수갑을 차고도 검찰청사를 유유히 빠져나갈 정도로 나태해진 직원들의 근무기강을 다시 세웠으면 한다. 책임이 있는 사람을 가려 문책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