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낮춘 수입차… SUV·중형차 시장 급속잠식
입력 2013-05-26 18:19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열풍이 거세다. 2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새로 등록된 수입차는 모두 4만8284대. 지난해 1∼4월 3만9953대에 비해 20.9%나 늘었다. 특히 중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분야에서 수입차의 판매 증가가 눈에 띈다. 수입차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형차 분야는 폭스바겐코리아의 파사트와 한국도요타자동차의 캠리, 혼다코리아의 어코드 등이 이제는 수입차끼리의 경쟁을 넘어 쏘나타와 K5, SM5 등 국산 중형차가 차지한 시장을 넘보고 있다. 최근 자동차 시장의 대세인 SUV 분야에서도 수입차가 조금씩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도요타의 RAV4, 폭스바겐 티구안이 대표적이다.
수입차의 인기가 높아진 가장 큰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다. 상당수 수입차 업체들이 신모델을 출시하면서도 가격을 올리지 않거나 오히려 깎아주고 있다. 일부 일본 자동차 업체는 ‘엔저’를 발판으로 차 값을 300만∼500만원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업체도 해외에서 수년간 쌓아놓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수입차는 비싸다’는 인식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폭스바겐 ‘파사트’
중형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는 폭스바겐코리아의 파사트다. 특히 파사트의 디젤 엔진 모델(2.0 TDI)은 올 1∼4월 1003대가 국내에서 판매됐다. BMW 520d, 벤츠 E300과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중형차다.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집계하는 베스트 수입차 톱 10에 8차례 이름을 올렸다.
신형 파사트는 이전 세대에 비해 차체 크기가 커졌다. 넉넉한 공간은 오랫동안 운전해도 피곤함을 덜 느끼게 해준다. 트렁크 공간 역시 커져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가 한꺼번에 들어간다. 레그룸(다리를 뻗는 공간)도 전 모델보다 넓어졌다.
파사트는 디젤과 가솔린 엔진 두 가지 모델이 있는데, 디젤의 경우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m의 강력한 힘과 정숙성을 자랑하는 첨단 클린 엔진이 탑재됐다. 공인연비가 고속도로에서 17.9㎞/ℓ, 도심에서 12.6㎞/ℓ일 정도로 뛰어나다. 복합연비는 14.6㎞/ℓ이다. 가솔린 모델은 5기통 2500㏄ 엔진으로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는 24.5㎏.m(4250rpm)의 강력한 힘을 낸다. 5기통 엔진답게 정숙하고 부드러운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편의사양은 실용적이면서도 고급스럽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요추 지지대가 내장돼 있어 장거리 주행에서도 안락함이 지속된다. 모든 시트는 천연 가죽이다. 선루프와 후방주차보조시스템, 18인치 알로이휠 등이 옵션이 아니라 기본으로 장착된 게 눈에 띈다.
신형 파사트의 개발에는 폭스바겐 본사의 개발 및 디자인 담당 핵심 임원들이 모두 참여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독일 엔지니어링 기술이 바탕이 된 파사트의 차별화된 가치는 앞으로도 중형차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2.0 TDI 모델이 4140만원, 2.5 가솔린 모델이 3810만원이다.
도요타 ‘RAV4’
최근 일본 수입차 업체의 마케팅 공세가 대단하다. 배경을 오로지 엔저 현상으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국내에서 국산차와 경쟁하겠다는 도전 의식을 빼놓고 일본차의 공세를 설명하기 어렵다.
이달 출시된 한국도요타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AV4 4세대도 도전 의식으로 똘똘 뭉친 차다. 최고출력 179마력에 최대토크 23.8㎏.m의 힘을 내는 2.5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으면서도 가격은 3240만원(2WD 기준)이다. 국산 SUV 최고 인기 차인 싼타페와 일합을 겨뤄볼 수 있는 조건이다.
RAV4는 SUV이지만 세단의 승차감을 함께 제공한다. 도요타는 1994년 첫 출시한 RAV4가 레저용차량과 세단의 특성을 합친 크로스오버의 원조라고 말한다.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서 400만대 이상이 팔렸다. 새로운 RAV4는 전면 디자인이 크게 변했다. 도요타는 ‘출발선에서 대기 중인 육상선수의 공격적인 모습을 표현했다’고 말한다. 이전 모델에서 차 뒤에 붙어 있던 스페어타이어가 사라져 운전자가 후방 시야를 확보하는데 도움을 준다.
주행시 코너링 능력이 탁월하다. 새롭게 도입된 토크 배분 장치인 ‘다이내믹 토크 컨트롤 4WD 시스템’은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토크 전달을 끊임없이 모니터하고 제어한다. 각종 신호에 따라 뒷바퀴로 토크를 자동으로 전송해 운전자의 의도가 정확히 코너링으로 이어진다. 동급 SUV에서 최다인 ‘8 에어백’과 사각지대경보시스템이 기본사양으로 장착됐다. 무선 리모트 키 등을 이용해 뒷문을 전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도요타는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양품염가’ 정책을 RAV4에 그대로 적용, 이전 세대에 비해 400만∼500만원어치의 옵션을 추가하고도 가격은 크게 올리지 않았다. 4WD 모델의 가격은 3790만원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