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9타고 서울-영주 달려보니
입력 2013-05-26 18:19
최근 만난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K9은 정말 좋은 차인데 시장에서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봄 첫 출시됐지만 거리에서 K9은 눈에 자주 띄지 않는다. K9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2013년형 K9을 타봤다.
시승한 차는 3.8 GDI 모델이다. 서울에서 경북 영주까지 경부·영동·중앙고속도로를 차례로 달렸다. 운전석에 앉아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첫 느낌은 묵직함이었다. 차체의 단단함이 엉덩이부터 등줄기까지 느껴졌다. 뒷좌석 동승자도 차에 타자마자 안정감을 얘기했다. 그렇다고 운전대를 잡는 느낌까지 무겁지는 않았다.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덩치에 걸맞지 않은 날렵함을 보여줬다. 길이 막히는 구간에서 시속 50∼60㎞를 달리다가 정체가 해소됐을 때 치고 나가는 능력이 탁월했다. 가속페달 한번 밟는 것으로 시속 110∼120㎞로 속도계가 올라갔다.
특이한 점은 시속 120㎞ 정도에서는 속도감을 느끼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K9은 정차시 밖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음 차폐력이 뛰어나다. 고속도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속 170㎞까지 올려야 미세한 진동과 함께 ‘이제 좀 달리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로 빨리 달리는 것 같지도 않은데 추월차로에서 앞차들이 자리를 내 준 이유를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고속주행을 즐기면서도 마음이 편했던 이유는 각종 첨단·안전장치 덕분이었다. 운전석 창에 주행 방향과 속도가 비쳐 나타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운전 시 오로지 앞만 바라볼 수 있게 해줬다. 후측방 경고 시스템은 사각지대에 차가 있는 상황에서 차선을 옮길 때 시트를 진동시켜 운전자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도착지 인근의 좁은 시골 길을 갈 때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차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영상시스템의 도움을 받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중앙고속도로 풍기 IC부터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까지 100㎞ 구간 연비를 측정해보니 리터당 10.5㎞가 나왔다. 공인연비 9.3㎞/ℓ보다 우수했다. 도심에서는 연비가 이보다 낮았지만 럭셔리 세단이므로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기아차 관계자의 말처럼 K9은 독일산 명차와 견줄 정도로 우수한 성능에 최첨단 편의 장치를 고루 갖추고 있었다.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차 자체가 아닌 마케팅 등 다른 곳에서 찾아야할 것 같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