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심플한 삶이 아름답다

입력 2013-05-26 19:06


한 사진작가가 전 세계를 다니며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몽골인 한 사람이 살면서 소유하는 물건은 평균 300개이며, 일본인은 6000개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소유한 물건은 평균 몇 개나 될까?

한 독서모임에서 ‘심플한 삶’을 다룬 책을 읽고 함께 나눈 적이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으며, 심플한 삶을 위해 집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옷장을 열어보면 자주 입는 옷에 비해 그저 보관만 하고 있는 옷이 얼마나 많은가. 이사할 때 짐을 싸다 보면 이를 더욱더 실감하게 된다.

한 회원이 “이번 기회에 소중하게 모아두었던 자료 두 박스를 과감하게 버렸다.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목록으로 만들어 필요 없는 것은 삭제해 보고 싶다”고 하자 다른 회원이 소감을 덧붙였다. “나는 물건들에 대해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살펴보니 아직도 가진 것이 참 많더라. 옷과 책, 테이프, CD 등을 처리해 거실을 여유 있게 만들고, 옷도 꼭 입을 것을 빼놓고는 주위에 나눠줘 옷장 공간도 넓히고 싶다.”

우리는 책을 읽고 작은 실천이라도 해보자며 뜻을 모아 한 달 후 깜짝 벼룩시장을 열었다. 마룻바닥에 큰 보자기를 펴고 각자 가져온 물건을 펼쳐 놓았다. ‘재킷, 원피스, 치마, 티셔츠, 액자, 지갑, 휴대전화 고리, 건강식품, 수건, 양말, 스카프, 립스틱 등….’ 모임 리더가 “여기 있는 물건들 중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마음대로 가져가도 좋다”고 말하는 순간 각자 필요한 것을 고르느라 조용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그날 우리는 아직 쓸 만한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버리는 것이 낭비가 아니라 쓰지 않는 물건을 보관하는 것이 낭비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소유한 것과 연결짓는다. 그래서 기능이 더 좋은 상품, 유행에 맞는 옷이나 물건 등을 계속 구입한다. 그러다 보면 가진 것이 점점 늘게 된다.

적절히 소유하고 버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제일 힘든 것은 어떤 것을 남겨두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 판단하는 일이다. 그리 필요하지 않지만 버리기 힘든 물건도 꽤 있다. 하지만 그런 물건을 과감하게 버리고 나면 얼마나 홀가분한지….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주변에 쌓아두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은 편집증이 있다고 한다. 정리 전문가는 심플하게 살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귀띔해 준다. “버리고 또 버리자. 물건의 제자리를 만들어라.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라.”

윤필교 (기록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