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 피살 수도검침원의 안타까운 사연, 하필 남편과 따로 일하던 날에…
입력 2013-05-24 22:52
“참 자상한 분이셨는데…. 가슴이 무척 아파요.”
경북 의성군 야산에서 실종된 지 열흘 만인 지난 18일 숨진 채 발견된 수도검침원 A씨(52·여) 살해 용의자가 경찰에 24일 붙잡혔다. 그러나 숨진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고 있다. A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왔고, 상냥한 태도에 주민들로부터 “사람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A씨는 공무원인 남편(54)과 2녀1남을 둔 단란한 가정의 주부였고, 수도검침원 생활을 2006년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은 그가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 자식들이 장성하자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한 달 1200여 가구에 대한 수도검침 일은 나이든 여성으로선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민가가 띄엄띄엄 있는 농촌지역은 이동거리도 만만치 않아 가끔 남편이 일을 도와주곤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실종되던 지난 9일에도 하루 휴가를 낸 남편과 함께 수도검침을 했다. 그런데 그날은 방문할 집이 많아 남편과 지역을 나누고 따로 따로 검침 일을 하다 변을 당했다. A씨가 실종됐던 마을은 당초 그 다음날(10일) 검침이 예정됐으나 그날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하루 앞서 검침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A씨 남편은 현재 아내가 실종된 당일 끝까지 동행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큰 슬픔에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명 대학원에 다니는 큰딸과 유명 대학 3학년인 막내아들 등 자식들을 알뜰하게 키운 A씨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에 지역 주민들은 애석해하고 있다.
의성경찰서는 A씨 살해 혐의로 의성군 봉양면에 사는 B씨(30)를 붙잡아 조사 중이며,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숨진 A씨에게서 발견된 유전자와 B씨의 유전자가 일치해 B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자폐 증상이 있는 B씨는 정확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으나 대체로 범행을 시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9일 오후 5시쯤 봉양면 자신의 집에서 수도검침 중이던 A씨를 숨지게 한 뒤 알몸 시신을 안평2리 야산에 버렸다. 이곳은 A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에서 900m쯤 떨어져 있다. A씨 시신은 18일 오전 9시30분쯤 발견됐다.
의성=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