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창룽 中 부주석 “한반도 안정 위협” 압박, 류윈산 상무위원은 온화한 분위기서 최룡해 접견
입력 2013-05-24 22:36 수정 2013-05-24 00:14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중국 방문 사흘이 돼서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면담하고 ‘6자회담’ 등을 통한 대화 재개를 표명하기까지 그를 면담한 주요 중국 인사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방중 첫날인 22일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이 그를 접견했으나 인사치레일 뿐이었다. 최 특사가 외부인 접견 역할을 하는 왕 부장을 만났을 뿐 중국 체류 기간과 면담 예정 인사 등이 정해지지 않아 북한이 방중 성과를 낼 수 있겠냐는 비관론이 일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중국의 의도성이 엿보인다.
23일과 24일 최 특사를 각각 접견한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과 판창룽(范長龍) 당 군사위원회 부주석도 철저히 역할을 나눠 강온전략을 구사한 점이 눈에 띈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판 부주석은 24일 ‘중국의 펜타곤’으로 불리는 베이징 당 중앙군사위원회 바이다러우(八一大樓)의 외빈접견실에서 최 특사를 만나 “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관련국들 간 전략적 갈등을 악화시키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험에 빠트렸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비핵화 외에 “평화 조건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혈맹국인 북한을 ‘팽’하는 발언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판 부주석은 지난(濟南)군구사령관을 역임한 야전지휘관 출신으로 중국 군부의 강경파로 분류된다.
판 부주석이 밀어붙이기로 나갔다면 전날 류윈산 상무위원은 비교적 온화한 분위기에서 최 특사를 접견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이 지역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외교상 관례적인 표현을 구사했다.
시 주석도 방중 이틀째인 23일까지 지진 피해 지역과 군부대 등 쓰촨성에서 시찰 활동을 벌이는 등 북한을 길들이기 위해 애를 태우는 데 한몫했다는 평이다.
이날 대만 언론들도 최 특사의 행보를 전하며 향후 전망에 관심을 보였다.
중국시보는 최 특사가 “중국 건의를 받아들여 관련국들과 대화에 나서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내용을 전하며 “이는 시 주석의 ‘정치적 체면’을 살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문은 이어 “북한이 여전히 중국을 큰형님이라는 뜻의 ‘라오다거(老大哥)’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된 것”이라며 김 제1위원장이 ‘전거후공(前倨後恭·처음에 거만하다 나중에는 공손함)’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이젠(蔡建) 상하이 푸단대 한국연구센터 교수도 대만 중앙통신에 “북한이 대화의 뜻을 밝힌 것은 사실상 유일한 우방인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