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아베노믹스 부작용’… 국내엔 단기적으로 藥, 장기적으론 惡

입력 2013-05-24 19:14

일본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이 차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한계가 우리 증시에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경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줄줄이 급락한 주요국 증시를 두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런 현상을 여러 번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일본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하면 증시 급락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총재는 24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투자은행(IB)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고 선진국이 유동성을 줄이기 시작하면 주요국 증시가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23일 일본·영국·독일 등 주요국 증시가 일제 하락 마감한 것과 관련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런 현상을 여러 번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일본 증시의 급락을 ‘아베노믹스의 예견된 부작용’으로 본다. 일본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시에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의 3배에 이른다”며 “일본 정부는 국채금리가 1.5%만 넘어도 남유럽보다 많은 이자부담에 직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해외 IB들도 일본 증시가 당분간 정체하거나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타노 하지메 모건스탠리 일본 전략가는 “일본 증시의 조정이 수개월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에 대해 국내 증권가의 분석은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호재라는 의견이 크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며 “지난 6개월간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당겼던 일본의 상승 동력을 이번에는 우리 증시가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의 일본 국채금리의 상승 속도가 누그러지지 않는다면 투자 전략을 보수적으로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