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진의 파악 우선"…실제 대화 재개 시간 걸릴 듯

입력 2013-05-24 18:56 수정 2013-05-24 00:12

북한 최고지도자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24일 ‘6자회담’ 발언에 대해 정부는 일단 진의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진정한 비핵화가 담보되지 않는 6자회담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대화 제의만으로 한반도 정세의 극적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릐‘진의 파악’에 신중한 정부=정부는 최 총정치국장의 언급이 한반도 정세를 전환하려는 북한 수뇌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 총정치국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이 원하는 대화 형식을 6자회담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도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지도부가 실제로 어떤 의도를 가지고 6자회담 얘기를 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더 이상 북한과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상황이다. 1994년 북·미 간 제네바 합의부터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과 2007년 2·13합의 및 10·3합의, 지난해 북·미 간 2·29합의 등 많은 약속들을 깬 북한에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의미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와 의회 내에서 북한은 대화할 상대가 아니라는 분위기가 강하게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릐실제 비핵화 의지는 불분명=현실적으로 북한이 현 시점에서 성의 있는 비핵화에 나설 개연성은 희박하다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다. 6자회담의 궁극적 목표가 북한 비핵화에 맞춰져 있는데, 이미 핵보유국임을 공식 천명하고 핵무력·경제발전 병진 노선을 채택한 북한이 이제 와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특히 북한이 6자회담을 얘기하면서도 비핵화는 거론하지 않은 데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노동신문 등을 통해 미국과의 상호 군축 회담은 있을 수 있어도 비핵화 회담은 절대 없다는 점을 수차례 공언해 왔다. 대화에 나서더라도 군축을 전제로 한 대화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 단계에서 북한의 진정한 의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해온 각종 행동을 볼 때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북한이 정말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원한다면 추가로 진정성 있는 조치를 해야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조치는 핵 문제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근본적인 정책 변화, 비핵화 사전조치 등이 거론된다.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도 “국제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진지한 의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릐대화 재개까지는 오래 걸릴 듯=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대화의 장에 나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해도 실제 대화가 이뤄지려면 많은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6자회담 효용성에 대한 회의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이런 틀을 재가동하려면 북한이 먼저 의미 있는 액션을 취해야 한다. 여기에 6자회담이 재개되기 위해선 의제에 대한 의견 수렴이 돼야 하는데 이 과정 역시 험난할 수밖에 없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관련 협상이 재개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동결한다든지 해야 하는데 이렇게 해도 관련국들이 접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