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시진핑 만났지만…北 '비핵화' 수용 쉽지않아

입력 2013-05-24 18:56 수정 2013-05-24 22:32

최룡해 북한 특사 일행이 방중길에 타고 온 고려항공 전세기는 당초 24일 오후 5시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을 떠나 평양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전세기 출발 시간이 돌연 연기됐다.

이를 두고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최 특사 일행의 시진핑(習近平) 주석 면담이 더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처럼 시 주석 면담은 최 특사 일행으로 하여금 애를 태우게 하다 극적으로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중국으로선 눈에 띄는 ‘성과’를 북측으로부터 얻어냈다. 최 특사가 하루 전과는 달리 “6자회담 등 각종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한층 발전된 발언을 한 것이다. 여기에다 최 특사는 방중 뒤 이틀 동안 고집했던 군복을 벗어던졌다.

베지징의 외교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최 특사 일행이 중국 측으로부터 “시 주석을 만나려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압박을 받았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북한이 6자회담을 직접 거론하면서 대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앞으로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헌법에 명시할 만큼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대북 소식통들은 지적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으로서도 다른 6자회담 당사국들에 비핵화 의지도 없는 북한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으라고 마냥 요구할 수도 없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한동안 관련국 간 상당한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은 북한 특사 방중을 놓고 북·중 양국에 성과와 부담을 동시에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우선 북한으로선 제한적이나마 중국과 접촉의 물꼬를 틈으로써 외교적 고립을 벗어나게 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에다 김정은 제1위원장 방중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 됐다.

물론 중국으로선 북한이 6자회담에 성의 있는 자세로 응하거나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 보여야 김정은 방중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 특사가 시 주석과의 면담에서 양국 간 고위급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김정은 방중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으로선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 재개로 다가갈 수 있는 공식적인 발언을 이끌어냈다는 게 소득으로 꼽힌다. 동시에 한 동안 중국 측 의견을 무시해 온 북한을 ‘관리’ 하에 둘 수 있게 된 것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우선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몸부림에서 특사 파견을 추진한 측면도 있어 앞으로 6자회담으로 가는 가시적인 성과물이 없을 경우 양국 모두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