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비자금 수사] 檢,‘융단폭격식 의혹’ 가지치기
입력 2013-05-24 18:26
이재현 회장 일가와 관련한 의혹들이 연일 ‘융단폭격’ 식으로 제기되자 검찰이 가지치기에 나섰다.
그간 제기된 여러 의혹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검찰은 24일 “탈세 혐의 입증을 위한 자금흐름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규명되지 않은 의혹들이 확산될 경우 수사에 부담만 늘고 기업 경영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500억원 상당의 무기명 채권을 장녀 경후씨와 차남 선호씨에게 증여한 사실이 알려져 편법증여 의혹을 받았다. 자녀들이 증여받은 돈으로 CJ그룹 계열사 주식이나 서울 가로수길 건물 등을 매입했다는 말도 나왔다. 자금 출처가 이 회장의 모친 손복남씨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검찰은 “무기명 채권은 본래 자금의 출처를 묻지 않고 과세도 안 한다”며 “범법이 될 여지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08년 국세청 조사에서 4000억원대 차명재산을 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국세청은 당시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고 1700억원의 세금만 부과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정치권 실세를 통해 불법 로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 역시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이 회장이 스위스 UBS은행 관계자를 국내로 불러 비밀계좌 운용과 관련한 협의를 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검찰이 전혀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누나 미경씨와 동생 재환씨에게 거액의 부당이득을 제공했다는 의혹은 “수사의 본류에서 벗어난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2004년 ‘PT CJ인도네시아’의 판매·영업조직을 재환씨 소유의 회사에 무상으로 넘기고, 2005년 미경씨가 경영한 부실계열사 CJ아메리카를 CJ㈜가 인수하는 방법으로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CJ그룹은 화성 동탄물류단지 조성 과정에서 이 회장의 해외비자금 500억원을 외국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가장해 부지 일부를 사들인 뒤 300억원가량 차익을 남기고 되팔았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현재 단정적으로 수사를 한다, 안한다 말할 수 없지만 혐의입증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추후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 회장이 해외 비자금으로 일본 도쿄에 234억원대의 건물을 차명 매입했다는 의혹도 “큰 자금 흐름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볼 때 지엽적인 부분이지만 필요하면 향후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이 회장의 비자금 흐름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여지를 남긴 셈이다.
검찰은 일단 이 회장이 국내와 해외에 차명계좌 형태로 조성한 전체 비자금의 규모와 용처를 쫓는 본류 수사에 집중하고, 이 과정에서 찾아낸 부당이득 등의 범죄 정황을 추후 살펴보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을) 어떻게 운용했고, 운용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세금을 냈느냐 등을 살펴보는 게 수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