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국회의원] 돌봄서비스에 아이 맡기고 귀가 늦으면 친정에 SOS∼

입력 2013-05-25 04:05


여성 국회의원도 엄마의 역할을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의 ‘직장맘’과 다른 부분도 있지만 의정활동과 엄마의 역할 사이에서 느끼는 고민은 일반적인 직장맘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후 일하는 엄마로서의 경험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좋은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아이, 어떻게 키우세요?=새누리당 김희정(42·부산 연제) 의원은 매일 아침 다섯 살 된 첫째 딸과 함께 출근한다. 지난해 4·11 총선에서 당선된 후 국회 어린이집 입소 신청을 했지만 대기 순번이 길어 몇 개월을 기다렸다. 하지만 지난해 출산해 돌을 앞두고 있는 둘째 아들은 아직 순번이 돌아오지 않아 여성가족부가 시행하는 ‘아이돌봄서비스’를 통해 키운다.

국회 어린이집 운영 시간(오전 7시∼오후 10시)이 보통의 어린이집보다 길어 다행이지만 일이 늦어질 때는 남편과 번갈아가며 아이를 맡는다. 하지만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친정어머니 또는 다른 가족에게 ‘SOS’를 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유은혜(51·고양 일산 동구) 의원은 요즘 고등학교 1학년인 둘째 아들의 교육 문제가 고민이다.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화 통화조차 여유롭지 않다. 그래서 대학교 3학년인 큰딸을 기를 때부터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카톡 육아’로는 교육에까지 신경을 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큰딸이 어릴 적에는 재야에서 민주화운동을 했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회의나 행사장소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도 했다. 재정적으로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자책을 많이 했다. 그나마 할머니와 고모 등이 주변에 모여 있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됐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유 의원은 육아 스트레스를 둘러싼 오랜 고민 끝에 ‘욕심을 버리자’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대신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려 노력한다. 최근에는 아들이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이달 초 음악 학원에 함께 상담을 받으러 갔고, 아들은 음악 학원에 열심히 다니고 있다.

성남시 초등학교 학부모회장협의회 대표를 지낸 통합진보당 김미희(47·성남 중원) 의원은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딸과 함께 드라마를 보면서 대화 시간을 갖는다. 일종의 ‘드라마 육아’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는 저녁 2∼3시간을 비워 딸과 함께했지만 지금은 녹화해 둔 드라마를 저녁 늦게 또는 주말에 짬짬이 보면서 대화한다.

◇경험은 제도 개선의 힘=김희정 의원은 지방·서울, 국영·민영 등 여러 형태의 어린이집을 이용하면서 보육 수요와 보육 시설 간의 불균형 문제 등을 몸소 체험했다. 김 의원은 24일 “현행법상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또는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은 상시보육시설을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미설치 시에도 페널티가 높지 않고, 직장 크기에 비례해서 만들어줘야 하는데 근로자 수가 많은 경우에도 작은 시설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추경에 당장 저소득층 아이돌봄서비스 시간 확대를 집어넣었다. 김 의원은 “제 경험을 통해 비정규직이나 일반 기업에 근무하는 엄마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은혜 의원은 “육아 휴직 1년을 지금도 잘 못쓰는 게 현실인데 이를 정착시키고, 나아가 부모 육아휴직을 2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개월 미만 영아 보육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육아나 교육 부담이 여성에게만 집중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희정 의원은 “현재 자녀에 대한 육아나 교육 구조는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 등 다른 여성들의 희생을 딛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누군가의 희생에 의한 구조나 사회가 만들어낸 슈퍼우먼 신화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미희 의원도 “여성만이 일과 보육을 병행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도 보육을 병행하는 공보육 정책을 활성화해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현길 엄기영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