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이 ‘나도 가수다’ 시대 CCM, 세상과 소통해야 산다”
입력 2013-05-24 17:29
“지금 우리나라는 ‘노래대국’입니다. 가수 아닌 이들이 없습니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봐도 모두 가수입니다. CCM 사역자에게 필요한 건 이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음악적 탁월함입니다.”
‘그 이름’ ‘나’ ‘나를 받으옵소서’ 등 최고의 CCM을 작곡한 최덕신(거룩한빛광성교회) 전도사는 지난 20일 ‘UCA 주최 2013 토크 콘서트’에서 CCM을 비롯, 침체에 빠진 기독교 음악의 부흥을 위한 대안으로 ‘준비된 찬양사역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나는 어떠한 모델도 없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무모할 정도로 찬양사역에 뛰어들었다”며 “성공한 찬양사역자를 따라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부르심과 시도, 용기있는 일들이 나와야 돌파구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상도동 상도중앙교회에서 열린 이번 토크 콘서트는 CCM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는 자리였다. 최 전도사를 비롯, 세대를 초월해 모인 국내 찬양사역자들이 한 주제를 갖고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이를 위해 CCM 관련 문화사역 단체들이 ‘크리스천아티스트연합(UCA)’을 일시적으로 결성했다가 행사를 마친 뒤 해체했다.
이날 함께한 찬양사역자들은 1980∼90년대 기독교 문화운동 속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CCM을 떠올렸다. 예배인도자 천관웅(뉴사운드교회) 목사는 “당시 주찬양선교단이나 컨티넨탈싱어즈 등의 선교단체 음악은 신선하고 강렬했다”며 “혁신적인 이 음악에 젊은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말했다.
남성듀엣 ‘소리엘’로 활동한 장혁재(나사렛대) 교수는 90년대 CCM 공연 때마다 매진되고 구름처럼 젊은이들이 집회 현장에 몰린 이유를 이렇게 전했다.
“당시만 해도 음반을 많이 구입해 듣던 때였고 TV나 라디오 방송이 많지 않다보니 신비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공연이나 집회 참석이 두드러졌고 더 큰 은혜가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를 지나며 CCM은 장기 침체에 빠져 있다. 새로운 찬양사역자들이 활동도 거의 못해 무용론마저 돌고 있다.
천 목사는 친구 목회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그 친구가 ‘CCM 사역자를 부르고 싶지 않다. 음악을 들으려면 크리스천 대중가수를 부르면 되고, 메시지를 듣고 싶으면 명 설교가를 초청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CCM 사역자들은 ‘수준 이하’라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우리가 교회에 유익을 줬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신뢰를 못 준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CCM 아티스트 강명식(숭실음악원) 교수는 “80∼90년대에는 교회에서 세상 음악을 사탄음악으로 가르쳤고 그렇다보니 CCM이 대안으로 탄생했다”며 “그러나 지금 크리스천 가운데 소수는 예배음악으로 몰리고 대중적이고 건강한 CCM은 교회 안에서조차 외면당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명식(한국콘서바토리) 교수도 “교회에서조차 CCM 사역자를 ‘연예인 부르고 싶은데 재정 없을 때 대체할 만한 분위기 띄우는 사람’으로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마커스미니스트리 예배인도자 심종호 간사는 “사역자들이 좀더 치열하게 일상의 언어로 CCM을 노래하지 못한 잘못도 크다”고 자성했다.
그러나 현장의 관계자들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데 마음을 모았다. 그럼 어떻게 CCM 위기라는 현 상황을 돌파할까.
문화사역 전문가인 임성빈(장신대) 교수는 “90년대에 부흥했던 CCM을 재현하는 건 안 된다”며 “변화된 시대에 맞게 슬플 때, 기쁠 때 부르는 CCM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대성과 함께 세상과 소통하는 CCM의 기능을 회복하라는 것이다. 문화연구원 소금향 원장인 박정관 목사도 “CCM은 앞으로 사회를 고려하고 삶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음악적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며 “찬양사역자로의 부르심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일상을 들여다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 마음과 한 목소리’(롬 15:6)를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는 대담 중간 함춘호(서울신대) 교수의 기타 연주, CCM 아티스트 지미선 주리의 찬양을 듣기도 했다. 마지막 콘서트와 예배에는 최인혁 전도사의 사회로 소울싱어즈 이강혁 송정미 조수아 유지연 김명식 빅콰이어 등 CCM 아티스트들이 출연해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문화적 부르심 앞에 다시 한번 결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