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5월의 슬픈 아이들] (④·끝) 스리랑카 난민 임시 거처 - 절망 속 희망 찾기

입력 2013-05-24 17:31 수정 2013-05-24 13:18


“내전에 다리 잃었지만 의사 꿈 잃어버릴 수 없어요”

스리랑카 내전 종식을 한 달여 앞둔 2009년 4월 4일. 4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소녀는 이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13살이었던 사타시람 디로기니(17)는 아버지와 함께 길을 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비 오듯 폭탄이 쏟아졌다. 아버지와 함께 참호 속으로 몸을 피했다. 귀가 멍멍해졌다. 폭탄이 참호를 덮친 것.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타시람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왼쪽 다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남은 다리에도 파편이 30여 군데나 박혔다.

지난 7일 스리랑카 북동부 물라티브에 있는 귀환민(Returnee) 임시 거처를 찾았을 때 소녀는 목발을 짚고 우리를 맞았다. 귀환민은 전쟁 등 각종 무력 분쟁과 폭력사태, 재해 등으로 나라 안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국내난민(Internally Displacement Person·IDP)이 자신의 거주지 근처로 돌아간 사람을 말한다. 국경을 벗어난 일반적 난민(Refugee)과 달리 국제사회의 보호를 체계적으로 받지 못한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내난민감시센터(IDM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IDP는 전 세계적으로 2880만명에 달했다. 사타시람도 IDP에서 NGO 등의 도움으로 자신의 거주지 근처로 귀환한 사람 중 하나다.



인도양의 습한 바닷바람과 태양열로 3∼4평 남짓한 임시 거처는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코코넛 잎으로 사방을 가린 벽과 슬레이트지붕, 침대 1칸에 가재도구도 없이 오빠를 비롯해 엄마, 동생 등 4명이 함께 살고 있었다.



그나마 천막 캠프에서 지난해 2월 구호단체가 마련해준 이곳 임시거처로 오면서 삶은 많이 나아졌다. 화장실에 우물도 생겼으니 말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70억명의 세계 인구 중 24억명은 수세식 화장실이 없다. 또 매일 5세 이하 어린이 1800명이 오염된 물과 불결한 위생으로 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