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불길’ 되살리자] 선교의 미래 … 떠나세요 단기선교여행

입력 2013-05-24 17:12 수정 2013-05-24 22:26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해 여행상품을 알아보거나 직장 동료와 휴가 일정을 조율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넉넉하지만 ‘단기선교’를 떠나려는 그리스도인들은 여유를 부릴 수 없다. 선교단체나 교회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현지 선교사와 일정을 조율하기에도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선교지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전 준비과정뿐 아니라 현지 사역도 달콤한 휴식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 그러나 단기선교여행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하나님의 지상명령을 조금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다.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마 7:14)는 말씀에서 보듯 평안함 속에서만 하나님께 가까이 가기를 바랄 수는 없다는 것. 특히 단기선교여행은 최근 감소 우려가 높은 청년선교 자원을 늘리는 등 선교의 불길을 다시 일으키는 불씨가 될 수 있다.

예비 선교사를 위한 첫걸음



선교사의 꿈을 품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는 측면에서 단기선교여행은 큰 의미가 있다. 지난 9일 중앙아시아의 한 국가로 1년여간 선교 사역을 떠난 A씨(26·여)가 그런 사례다. 그는 2011년 2월 대학을 졸업한 뒤 2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 1월 퇴사하고 진로를 바꾸었다.



가장 큰 계기는 2009년 여름 한국기독학생회(IVF)를 통해 떠난 단기선교여행이었다. A씨는 기도편지에서 “대학 시절 다녀온 중앙아시아 국가가 계속 마음에 남아 기도했고 현지 선교사님과 의견을 나누다 단기사역을 떠나게 됐다”며 “하나님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이 행복한 여정을 시작하게 해준 캠퍼스 선교단체의 훈련에 참여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현지 선교사와 팀을 이뤄 한국어 교육 사역을 하기 위해 현지어를 배우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A씨와 같은 사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대형 교회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청년부가 침체되면서 단기선교여행에 참여하는 20대 크리스천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IVF 김종호 대표는 “올 여름 선교여행에 참여하는 청년이 350여명에서 200여명 수준으로 줄었다”며 “깊이 있는 선교여행을 위해 참여자 수를 줄이기도 했지만 스펙 쌓기 등에 밀려 열기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선교한국파트너스 한철호 상임위원장도 “최근에는 오히려 장년층이 단기선교여행을 많이 가는 것 같다”며 “다양한 연령층으로 선교 열기가 확산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선교 동력이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했다.



확실한 선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단기선교여행이 장기적인 선교 사역으로 열매를 맺기 위해선 뚜렷한 선교 목적을 세우고 선교지에서의 프로그램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선교연구원 문상철 원장은 “선교사가 되려는 분들이 미리 선교지를 경험해보거나 선교사의 사역을 깊이 있게 배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한 선교지를 찾아간다는 구체적인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형선교개발원 조명순 선교사는 “선교지의 종교, 정치, 경제, 생활환경 등을 정탐하고 기록으로 남겨 이후 방문하는 팀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선교지 연구 방식을 접목하면 단발적인 선교여행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선교로 이어질 수 있다”고 24일 조언했다.



단기선교여행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선교지 교회 및 선교사와 최대한 의견을 나눠 일정을 짜고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김영동 장신대 교수는 “태권도 시범을 비롯해 문화공연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선교팀을 접해본 현지인들에게는 자칫 식상할 수 있다”며 “현지 사역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일손이 모자란 선교활동을 찾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문화우월주의에 빠져 무작정 ‘선물’을 나눠주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 현지 교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꼭 필요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선교는 뒷전이고 관광에만 집중하는 행태도 지양해야 한다.



10일 안팎의 단기선교여행을 단기선교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적어도 6개월∼2년간 지속되는 사역을 단기선교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단기선교여행을 ‘선교실습’ ‘비전 트립(vision trip)’ 등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저한 준비, 꼼꼼한 사후 평가



단기선교여행을 떠나기 전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무장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경험이 많은 리더가 팀을 이끌더라도 3개월 전부터는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팀원을 꾸려 선교지를 정하고 비자를 발급받고 선교 프로그램을 짜는 등 준비할 게 많다. 처음 떠나는 선교여행일 경우 준비하는 데만 9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 준비 기간을 단축하려면 선교단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좋다.

선교한국파트너스와 개척선교회(GMP)는 오는 28일 서울 반포2동 남서울교회 교육관에서 단기선교여행을 안내하고 여행 전략에 대한 지침을 설명하는 ‘단기선교여행에 대한 일일 세미나’를 연다. 이날 발표되는 ‘21세기형 단기선교여행 지침 해설서’에 따르면 선교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기에 대비해 비상연락망을 준비해야 한다. 현지 선교사, 선교지의 한국 공관, 파송 교회와 팀원 가족 등의 연락처를 팀원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또 선교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교여행을 떠나기 전 반드시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0404.go.kr), ㈔한국위기관리재단(kcms.or.kr)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참고해야 한다.



선교지에서 돌아온 이후에는 팀원들의 긍정적인 변화뿐 아니라 시행착오까지 자세하게 기록으로 남겨 다음에 같은 선교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교지를 위해 기도를 드리면서 앞으로의 선교 비전을 세우는 일도 중요하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