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이지현] “그만하면 괜찮아”
입력 2013-05-24 18:19
사람은 누구나 ‘상처의 오두막’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 오두막은 분노, 슬픔, 혼란의 숲 속 외진 길에서 나를 기다린다. 무거운 누비이불처럼 어깨를 두껍게 감싸고 있는 ‘거대한 슬픔’은 삶을 폭발시키거나 질식시키기도 한다. 이 거대한 슬픔은 다른 면으로 보면 마음에 오랫동안 쌓여 온 깊은 분노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자신에게 고통을 준 아버지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모든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둔 하나님에 대한 분노 등이 마음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 분노를 풀 수 있는 것은 오직 용서뿐이다. 용서는 사건이라기보다 과정이다. 용서로 인한 치유와 회복은 평생의 과정이므로 우리 안에 잃어버린 하나님의 형상이 회복될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 용서의 과정은 먼저 하나님을 용서하고, 나 자신을 용서한 후, 타인을 용서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용서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불손한 말 같지만 하나님 앞에 분노를 쏟아내면 하나님은 “괜찮다. 내게 화를 내도 괜찮다”고 말씀하실 것이다. 하나님을 용서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 분노를 내려놓는 것이다.
그리고 내면 깊은 곳으로 들어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을 용서하라는 것은 있는 모습 그대로의 자신을 품어 안고 사랑하라는 뜻이다.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타인을 사랑할 줄 안다. 그렇지 않으면 남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을 때 항상 상처를 받는다. 이런 사람은 상대에게 몰입하고 상대가 자신이 해 준 만큼 해주지 않으면 배신감마저 느낀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그만하면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자. 혼자 생각하고 책 읽고 기도하고 글을 쓰는 시간, 산책과 묵상, 음악 감상, 감사노트 기록하기 등은 자신을 배려하는 태도의 첫 걸음이다.
그리고 상처는 위로부터 오는 은총을 입을 때 비로소 아물기 시작한다는 것을 인정하자. 용기를 내어 상처를 대면하고 보듬어 안고 씨름하는 것만으로 자동적으로 치유가 일어나지 않으며 모든 과정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