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 파탄 상태 공기업 방치하면 공멸한다

입력 2013-05-24 19:14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30개 공기업의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초과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금융부채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도 갚을 수 없을 지경으로 공기업 경영상태가 악화된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만기에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지급불이행에 빠질 위험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에게 제출한 ‘공기업 차입금 및 이자 지급액 현황’과 공공기관 공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30개 공기업은 영업이익이 6조1451억원인 반면 금융부채 244조7621억원에 대한 이자비용은 6조7896억원이었다.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6445억원이나 많았다. 이자부담은 한국전력공사(2조3443억원) 한국도로공사(1조172억원) 한국가스공사(8573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7101억원) 순이었다.

공기업은 295개 공공기관 중 30곳에 불과하지만 공기업 금융부채가 공공기관 전체(344조6000억원)의 71%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공기업 경영상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내년 3월부터 공공기관 부채를 광의의 국가채무에 포함시키는 새로운 지표가 발표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급증하는 공공기관 금융부채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좋은 평가를 받은 우리나라 신인도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국가신인도 하락은 국채 발행 비용을 높이고 외국인 투자를 감소시키는 등 상당한 부작용을 유발시킨다.

정부와 공기업은 시급하게 경영합리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공기업 사장과 감사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지 말고 경영능력과 개혁성, 창의성과 청렴성을 바탕으로 인선을 해야 한다. 정권 코드에만 맞춰 인사할 경우 공기업 개혁은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노조도 낙하산 인사에 반발하는 척하며 성과급을 챙기는 구태를 재연하면 안 된다. 정부는 국책사업을 무리하게 떠넘겨 공기업의 경영 악화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공기업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공공요금 인상을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