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혈세 먹는 하마’ 아라뱃길의 교훈
입력 2013-05-24 19:11
오늘 개통 1년을 맞는 경인 아라뱃길(옛 경인운하)이 또 다른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아라뱃길의 화물이나 관광객 유치 실적이 너무나 초라할 뿐 아니라 앞으로도 당초 목표에 근접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더 한심한 것은 경제성 평가를 새로 할 때마다 결과가 더욱 더 나빠진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경인 아라뱃길 개통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이런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아라뱃길을 통해 처리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정부가 당초 제시한 개통 첫해 예측의 6%, 일반 화물은 15.8%에 그쳤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여객도 예측치의 28.7%에 머물렀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비용대비 편익비율(B/C) 1.07을 근거로 아라뱃길 건설을 밀어붙였다. B/C가 1이 넘으면 경제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후 2009년 ‘민주당 경인 한강운하사업 검증 TF’의 분석에서는 B/C가 0.68로 낮아졌고, 2010년 ‘경인 아라뱃길 재검증위원회’의 연구에서는 0.27까지 곤두박질쳤다. 홍 교수가 지난 1년간 이용 실적을 바탕으로 아라뱃길의 향후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B/C는 0.1∼0.17로 나타났다. 건설비로 2조3000억원이 들어간 아라뱃길은 운영비 등으로 매년 수백억원이 든다고 한다.
앞으로는 이런 ‘묻지마’식 국책사업 추진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개발사업을 일단 밀어붙이고 나서 잘 안 되면 주변 부동산 개발을 통해 땅값을 올려 상가 등의 분양대금으로 손실을 보전하려 하곤 했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함께 이제 그런 방식은 더 이상 안 통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개발사업 최고정책 당국자 실명제’도 조속히 차질 없이 도입해야 한다. 또한 매번 엉터리 경제성 평가를 해 내는 경제학자들에게도 책임을 묻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B/C 예상치와 실적치 간 차이가 예컨대 30% 이상일 경우 사재로 그 차액 일부를 배상토록 하거나 최소한 받은 용역비를 환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