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日 역사왜곡, 한·미·일 공조 발목”

입력 2013-05-23 22:35


박근혜(얼굴)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일본 정치인들의 우경화에 대해 “퇴행적인 역사인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은 수차례 일본의 잘못된 과거사 인식에 대한 간접적인 우려를 표명한 적은 있지만 직접 일본을 지칭해 강도 높은 단어를 동원해 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23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존 햄리 소장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 “일본 정치인들의 시대 퇴행적인, 이런 역사인식으로 인해서 한·미 간뿐만 아니라 한·미·일 공조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햄리 소장 등이 동북아평화협력구상(서울 프로세스)과 관련해 일본과의 긴장관계가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고 질문하자 나온 것으로, 박 대통령은 “그러니까 서울 프로세스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동북아 내지는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평화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 힘을 합할 수 있는데도 뭔가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일본을 간접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일본이 경제적으로 성장했으면 거기에 걸맞은 세계 속에서의 리더십을 발휘해서 뭔가 거기에 맞게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면서 “기대했던 것하고는 완전히 반대”라고도 했다.

이에 마이클 그린 CSIS 일본실장은 한국 방문 전 일본에서 아베 총리와 만찬을 가진 사실을 전하면서 “일본 정치인들의 발언이 한국 국민감정에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상처를 준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이 일본의 역내 전략적 위치에도 피해를 주는 것이라는 말을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화답했다. 그린 실장은 “이런 문제가 쉽사리 조속히 사라지지 않고 앞으로 1∼2년 동안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일본 정치권의 입장이 1∼2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CSIS 대표단 지적에 대해서도 “그래서 비정치적 문제에 힘을 합하고 공동발전을 위해 힘을 쏟아가면 그것도 하나의 습관이 된다. 그 바탕 위에서 더 깊은 민감한 문제의 실마리를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핵폐기물을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처분하는 방안에 대해 얘기했는데 미국은 그런 부분에 대해선 많은 관심을 아직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비전인 ‘핵 없는 세계’는 한반도에서부터 시작돼야 된다. 어떻게든 원자력협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모든 정성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