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 안전 높이는 1000원짜리 ‘야광테이프의 힘’

입력 2013-05-23 21:23


지난 22일 밤 9시30분 서울 수서동의 한 도로. 빠르게 지나는 자동차 사이에서 전동휠체어 한 대가 시속 10㎞ 남짓한 속도로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차들은 전동휠체어가 가까워지면 이내 속도를 줄여 피해서 지나갔다. 휠체어 뒤에서 반짝이는 노란 불빛 덕이다. 다가가 보니 불빛의 정체는 휠체어에 붙어 있는 야광테이프였다.

이 테이프는 수서경찰서 수서파출소 경찰관들이 자체 제작한 것이다. 박재동(57) 파출소장은 “관내에 장애인 전동휠체어가 많은데 밤에는 식별이 안 돼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예방법을 찾다가 야광테이프를 만들어 배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한 뒤로는 휠체어 교통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야광테이프는 파출소 직원들이 경비를 모아 손수 제작했다. 16×10㎝ 크기로 개당 제작비는 1000원. 경찰들은 밋밋한 테이프 표면에 ‘동행’이란 글자를 새겨 넣었다. 장애인들과 함께한다는 뜻이다. 현재 200여대 전동휠체어에 이 테이프가 부착돼 있다. 차량 운전자들이 식별하기 쉽게 휠체어 등받이 뒷면 위쪽에 붙인다.

수서파출소 관내에는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이 산다. 약 2100가구에 장애인이 있다. 강력 사건은 적어도 치안 수요와 민원이 많은 곳이다. 박 소장은 “야광테이프는 안전을 지켜주기도 하지만 경찰들이 주민들에게 직접 테이프를 붙여주면서 대화를 나누고 친근감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서동 주민 이선희(63·여)씨는 “야광테이프를 붙이니 덜 위험해서 밤길 다니기에 안심이 된다”고 했다. 수서파출소는 장애인 민원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장애인 신고 사건 처리 매뉴얼’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신상목 박은애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