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92세 현역 보험설계사! 빚 갚으려 60세에 시작… “거절당하며 단련됐어요”

입력 2013-05-23 21:23


삼성생명 곽덕순씨의 역경 극복

1981년 60세였던 전업주부 곽덕순(사진)씨는 보증을 섰다가 1200만원의 빚을 떠안았다. 당시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이었다. 평생 손에 쥐어 본 적도 없는 거액의 빚을 갚을 길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죽으려고 한강까지 갔다가 발치의 시커먼 강물이 무서워 돌아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어느 날 같은 교회 교인이 곽씨를 삼성생명의 한 보험 영업소로 데려갔다. 곽씨는 그곳에서 비누와 볼펜을 2개씩 받고 냉면 한 그릇을 얻어먹었다. 보험설계사 모집을 위한 미끼였을 테지만 곽씨는 어찌나 부담스러웠는지 설계사 교육을 받고 자격시험까지 보고 말았다.

막상 합격해 보험 영업에 발을 들인 뒤에도 그는 시장바닥에 홀로 남겨진 아이처럼 아무것도 못했다. 그런 곽씨에게 첫 보험 계약을 들어준 건 설계사 일을 소개한 교인의 딸이었다. 그 교인은 곽씨 대신 딸을 설득했다. 옆에 앉아 바라만 보던 곽씨는 첫 계약이 성사되자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생애 첫 월급은 30만원이었다. 빚을 생각하면 턱없이 모자랐지만 처음으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상으론 한 푼도 안 쓰고 모으면 40개월 뒤엔 원금을 갚을 수 있었다. 포기하려던 삶이 비로소 살아볼 만하게 느껴졌다.

곽씨는 30∼40대 설계사 못지않게 고객을 찾아다녔다. 설계사에게 거절은 필연적 경험이었다. 그때마다 인생을 거절당한 기분에 휩싸여 서글프게 울었다. 소개받아 만나기로 한 고객과 연락이 안 돼 집 앞에서 무작정 기다린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 번은 이를 안쓰럽게 여긴 이웃이 자기 집으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곽씨는 끝내 빚을 다 갚았고, 70세가 넘어 삼성생명에서 주는 우수 설계사상을 3년 연속 받기도 했다. 다만 마음이 청춘이라고 몸까지 회춘하는 것은 아니었다. 차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먼 길을 걸어 다닌 탓에 몸이 축났고 사고도 잦았다. 밤길에 자주 넘어졌다. 심지어 언덕길에서 굴러 다리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했다. 교통사고로 1년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사고로 척추가 내려앉는 순간에도 곽씨는 서류가방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때마다 그만둘 생각은커녕 어서 고객을 만나러 가야 할 것만 같았어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딱 10년만 젊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네요.”

올해 92세인 곽씨는 2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삼성생명의 ‘2013 챔피언스 어워즈(전략영업본부 연도상)’에서 신입사원으로부터 꽃다발과 구두를 선물로 받았다. 곽씨는 지금도 매달 3건 안팎의 보험계약을 따내는 현역 설계사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