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한국미술품 수집가 ‘야나기 무네요시 展’
입력 2013-05-23 19:19
‘민예(民藝)’라는 단어를 처음 쓴 일본의 민속학자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는 일제강점기 때 조선백자 등 공예품을 좋아해 대거 수집했다. 조선총독부가 광화문을 철거하려고 했을 때 이를 안타까워하는 글을 발표하기도 한 그는 한국의 미를 ‘비애의 미’ ‘선의 미’로 평가했다. 광복 이후에는 도쿄에 일본민예관을 지어 평생 모은 수집품을 전시했다.
일본민예관 소장품 139점으로 구성된 ‘야나기 무네요시’ 전이 25일부터 7월 21일까지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다. 1909년 모란무늬 항아리를 구입하면서 조선 도자기에 빠져들기 시작한 야나기는 1916년부터 1940년까지 21차례 한국을 찾아 수백 점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17세기 ‘철사운죽문항아리’, 19세기 ‘연잎형개다리소반’, 20세기 ‘담배상자’ 등 50여점이 왔다. 1919년 3·1운동 이듬해 일본의 조선통치를 안타까워하는 내용을 담은 ‘조선의 친구에게 보내는 글’도 공개됐다.
야나기에 대한 평가는 그동안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 등 호평 일색이었다. 1984년 전두환 정권에서 ‘보관문화훈장’을 추서해 시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1945년 이후 일본 정부에 적극 협력하는 글을 썼다는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양의 탈을 쓴 일본 제국주의의 숨겨진 조력자’ ‘문화재 약탈자’라는 비판도 나왔다. 더구나 한·일 관계가 미묘한 시점에서 야나기 전시가 열려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