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사재기 근절 촉구 기자회견 자청한 작가 황석영 “심각한 사회문제… 檢, 수사 나서달라”

입력 2013-05-23 19:18 수정 2013-05-23 19:57

“이번 사태가 전업 작가로서 개인의 불명예로 그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을 위해 검찰이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수사에 나서주기를 바란다.”

출판사 자음과모음의 사재기 타깃이 된 등단 50년 작 ‘여울물 소리’에 대해 절판을 선언한 소설가 황석영(70)이 23일 서울 사간동 출판문화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수사와 함께 처벌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초등학교 때 재수가 없으려니 늘 화장실 청소 당번이었다. 이번 사재기 파동의 오물도 재수 없게 나에게 튀었는데, 작가로서의 명예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젊은 작가들, 법조인과 더불어 출판유통의 새로운 텃밭을 가꿔나갈 예정이다. 나이 값 하는 차원에서도.”

그는 “(사재기 보도를 한) SBS 측 자료를 받아보니 하루 50∼60권씩 나가던 책이 화·수요일에 400∼500권씩으로 껑충 뛰었는데 이는 매주 목요일 베스트셀러 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화·수요일에 집중적으로 사재기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하기 위해 사재기 대행업체까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고, 이들이 성행할 수 있는 것은 대형 인터넷 서점도 이러한 사기행위를 은닉 방조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점에서 분명히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보문고를 비롯한 대형서점들에 지난 5년간의 베스트셀러 도서판매 자료를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에 제공할 것도 요청했다. “1998년 석방된 직후 내 은행 잔고는 달랑 700만원이었다. 이후 나를 먹여 살린 게 독자들인데, 그런 독자들을 기만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가만히 나둬도 몇 십만 부는 나갈 책인데 왜 조기에 실적을 내려고 그랬는지 이해가 안 간다.”

결국 ‘여울물 소리’는 10만부 판매에 그치고 말았다고 털어놓은 그는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은 일종의 주가조작과 같은 범죄행위이자 사회악임을 자각하고 출판계와 서점은 자정 노력을 해야 될 것”이라며 “사재기를 근절시키려면 무엇보다 과태료 처분에 불과한 현재 법령을 보다 확실하게 강화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도 사재기 파문을 일으킨 자음과모음에게 등단 50주년 작이라는 중요 작품을 어떻게 넘기게 됐느냐는 질문에 “딸이 자음과모음에서 2년간 파트타임으로 일한 적이 있는데, 딸도 신세를 지고해서 작품을 주게 됐다”며 “이제는 작가가 글을 써서 넘긴 뒤에도 자신의 작품이 유통되는 과정까지 관리 감독해야 하는 고단한 처지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석영은 자음과모음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