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때문에 여관 생활 수만씨네 가족… KBS1 ‘현장르포 동행’

입력 2013-05-23 19:18


현장르포 동행(KBS1·25일 낮 11시20분)

오늘은 수만(37)씨네 가족이 이사하는 날. 아빠와 엄마 민지(30)씨는 세간살이를 고물상 트럭에 싣고 눈물을 흘린다. 10년 동안 부부가 어렵게 모은 냉장고, 텔레비전, 세탁기까지 전부 팔고 손에 쥔 돈은 70만원이다. 밀린 관리비를 내고, 분유를 사고 나니 남는 돈이 얼마 없다. 당장 갈 곳이 없어 두 아이 재관(6)과 나래(3)를 여관방으로 데리고 가는 부부의 마음이 찢어진다.

두 사람 모두 어린 시절 부모 대신 할머니 밑에서 자란 탓에,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아들 재관이를 키우기 위해 공사 현장 일용직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하지만 딸 나래가 장기 기형에 무공성 항문으로 태어나면서 상황이 겉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수술비 2000만원에 매달 100만원이 넘는 검진 비용 때문에 월세방 보증금은 진작 날렸고, 빚도 꽤 된다. 나래는 수차례 수술을 더 받아야 한다. 그래도 부부는 감사하다. 2∼3시간밖에 못 살 것이라던 아이가 자라줘서.

하지만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부부가 나래 치료에 몰두한 동안, 재관이가 서서히 아프더니 자폐증 경계에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옹알이 할 때까지 괜찮던 재관이가 친구들과 의사소통을 거의 못한다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에 엄마는 눈물을 쏟는다.

여관방 생활은 고달프다. 여관 주인 눈치에 아이들은 마음껏 놀지 못하고 바깥으로 빙빙 돈다. 이 상황을 어떻게든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아빠는 어려운 결심을 한다. 인력사무소에서 소개받은 뱃일을 하고자 여관방에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떠나기로 하는데….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