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민주화 입법, 규제최소화 원칙 따라야

입력 2013-05-23 18:56

경제환경 불확실성 제거 위해 조속한 처리도 중요

대한민국 각계각층이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활동을 둘러싼 전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최근 우리 사회의 갑을관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갑질’을 규제하기 위한 경제민주화 입법을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단은 그제 기업규제 과잉 입법을 자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민주화 관련법안 대부분이 기업 부담을 크게 가중시키는 것인데 사회 분위기상 무더기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 일부 하도급 횡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화학물질 사고 발생시 사업장 매출액의 최고 5% 과징금 부과 등을 담은 법안들이 이미 국회를 통과했다. 현재 계류돼 있는 법안의 쟁점들도 부당내부거래 규제강화, 대체휴일제 도입 및 공휴일 법률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통상임금의 범위,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여부 등 다양하다.

게다가 최근 편의점 주인들의 잇따른 자살 이후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을을 위한 정당’이라는 구호아래 ‘갑을관계 3법’을 들고 나왔다. 가맹점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사업법 개정안 등이 그것이다. 대리점 거래를 별도로 규율하는 대리점거래 공정화법안은 이미 발의됐다. 여당인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도 이에 질세라 갑의 고의적이거나 반복적인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피해액의 10배를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등을 담은 법안을 제안했다.

개혁 입법안에는 대선 공약에 따른 국정 과제 안에 있는 것도 있고, 정치권의 경쟁적 여론몰이에 따라 그 범위를 벗어난 것도 있다. 급조한 법안도 있을 수 있고, 중복·과잉 규제, 실효성은 없으면서도 부작용만 낳는 규제도 포함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법 조항은 작고, 간단할수록 좋다. 여러 조항을 백화점식으로 만들 게 아니라 불공정행위에 대한 억제력을 지닌 실질적 내용, 즉 처벌강화와 다양해진 불공정행위 유형을 담아야 할 것이다. 뭘 실었는지도 모르는 채 마구 주워 담고 달려가기만 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중·장기적 폐해를 낳을 수 있다.

경제민주화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공정하게 만드는 것에 관련된다. 권력과 돈을 가진 갑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위법하거나 과도한 횡포를 부리기 때문에 을은 서러운 것이다. 그런 불공정행위 탓에 경제활동인구의 대부분인 을은 노력과 기여에 응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최근 강조되고 있는 창의력이 경제 전반에 걸쳐 위축된다. 이명박 정부는 고도성장시대의 그림자인 경제의 불공정성을 고치려는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 따라서 대기업들의 반발을 이유로 시대적 과제인 경제민주화를 더 이상 미루거나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쟁점과 과제별로 타당성을 가리되, 경제활동 환경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