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15행사 제안한 北, 개성공단 정상화 의지보여야
입력 2013-05-23 18:55
북한이 갑자기 6·15공동선언 행사를 남북이 함께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6·15공동선언 실천 북측위원회가 남측위원회에 팩스로 문건을 보내 공동선언 13주년을 기념해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통일행사를 갖자고 제의한 것이다. 6·15공동선언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분단 55년 만인 2000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발표한 첫 남북 정상 간 선언이다. 이후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금강산에서 기념행사가 열렸으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2009년부터는 개최되지 못했다.
북측은 공동행사 제안 이유를 ‘파탄난 북남관계를 원상회복하고 자주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명박정부 5년간 공동선언이 부정되는 바람에 남북관계가 경색됐고, 그 결과 개성공단마저 폐쇄 위기에 직면해 있는 만큼 대결의 역사를 털어버리고 화해와 평화번영을 골자로 한 공동선언 이행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게 북측 주장이다.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무엇보다 남북관계가 악화된 것은 북한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객을 총으로 쏴 숨지게 했음에도 사과 한마디 없이 억지를 부린 것이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한 직접적 계기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대화 테이블에 앉는 조건으로 막대한 돈을 챙긴 뒤 이를 핵무기 개발에 쏟아부어 급기야 잇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쪽도 북한이요, 개성공단이 존폐의 기로에 선 근본 원인 역시 북측에 있다.
북측이 화해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수개월째 지속하고 있는 도발 책동부터 중지해야 한다. 특히 공동선언으로 태동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북측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일축한 데 이어 공단의 가동중단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는 적반하장의 행태를 반복해 왔다. 공단을 더 이상 방치하면 설비 고장 등으로 인해 공단으로서의 기능을 아예 상실하게 될지 모른다.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 당국 간 협의에 응해야 한다.
북측이 금강산에서 열려온 공동선언 기념행사 장소에 개성을 끼워 넣은 걸 보면 개성공단 폐쇄를 원하지는 않은 듯하다. 북한이 자존심을 중시하는 건 알겠지만,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남측과의 당국 간 협상에 나서서 다시는 공단을 정치적·외교적으로 악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할 것이다.
남남갈등을 염두에 뒀다면 오산이다. 북측은 예전에도 공단 입주업체에 팩스를 보내 남측 정부가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면서 이간질을 시도한 적이 있다. 이번에 6·15공동선언 남측위에 팩스를 보내면서 남측 정부를 비난한 데에도 이런 속내가 엿보인다. 하지만 그런 장난에 놀아날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