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北에 냉랭한 中, 이참에 ‘관리’ 세게 할 듯

입력 2013-05-23 18:39 수정 2013-05-23 22:25


최룡해 북한 특사단 중국 방문 이틀째인 23일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들과 언제 면담을 하게 될지에 온통 관심이 집중됐다.

최룡해 특사는 도착 당일엔 왕자루이(王家瑞) 부장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관계자들과 회동한 것 외에는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고위 외교 소식통은 “특사단과 시 주석 간 면담 불발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그래도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야 한다”며 “중국으로서도 북한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핵 문제 등에 관한 쌍방 간 이견이 충분히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특사단 방중을 들고 나온 것”이라며 “중국은 일단 한번 만나서 얘기를 들어 보자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특사단이 시 주석을 면담하더라도 북한이 핵 문제와 관련한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기대한 만큼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다. 이와 관련해서는 특사 파견 과정과 최룡해의 군복 차림 등 몇 가지 상황을 봐도 판단이 가능하다고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은 지적했다.

◇특사 파견 과정=베이징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리젠궈(李建國) 정치국원을 단장으로 한 중국 측 대표단이 지난해 11월 평양을 방문한 뒤 중국 측은 지난 1월 말 대북 특사를 보내려고 했다. 북한 핵실험을 앞두고 이를 만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특사 파견은 불발됐다. 그 뒤 4월 말 북한은 “중국에서 특사가 오면 받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이에 대해 중국은 자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미 핵실험을 끝낸 상황이라 “지나간 얘기”라고 밝혔다.

중국은 대신 “필요하면 북한에서 특사를 보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 뒤 일정 조정 등을 거쳐 이번에 최룡해 특사 일행이 방중에 나서게 됐다. 이처럼 중국은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데 반해 북한이 몸이 달아 특사 파견을 서둘렀다는 것이다.

◇중국서 보는 최룡해의 군복 차림=최룡해 총정치국장은 왕 대외연락부장을 만날 때 차수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사로 미국을 방문한 조명록 당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면서 군복 차림으로 나타난 데 이은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 전문가들은 당시 북한이 미국과 당당하게 맞선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고위 외교소식통은 “이번에 최룡해의 군복 차림은 중국과도 미국을 대할 때와 마찬가지 모습을 보이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즉 핵무기와 경제 건설을 병진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이란 얘기다.

중국으로선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꾸준히 촉구해 왔는데도 북한이 이러한 태도로 나오는 데 대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양국 간 관계 개선을 위해 먼저 특사 파견을 들고 나온 상황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소식통은 이에 대해 ‘김정은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중국 외교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할 때 북·중 간 악화된 관계는 특사 방문 한 번으로 쉽사리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FP통신은 “이번 특사의 가장 큰 임무는 김정은 방중을 성사시키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6자회담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정은 방중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