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본잠식 석탄공사, 빚은 1조3945억
입력 2013-05-23 18:30 수정 2013-05-23 22:38
대한석탄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이 ‘-7930억원’이다. 완전 자본잠식상태다. 부채는 1조3945억원이나 된다. 석탄공사는 자본잠식상태에서 2005년부터 매년 300억∼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이익은 안 나는데 인건비 등으로 들어갈 돈이 필요하니 빚을 내서 충당하고 있다. 1950년 설립된 석탄공사는 국내 무연탄 생산의 50%를 담당하고 있다. 과거 잘 나갔던 석탄공사는 연탄 수요가 급감하는 90년대 초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한 정부의 탓도 크지만 구조조정을 게을리하고 안이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등 잇단 경영 실패도 한몫을 했다.
다른 공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4대강 사업을 짊어진 한국수자원공사,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합병 전에 경쟁적으로 사업 확장을 벌이다 수익성이 급락한 한국토지주택공사, 용산개발사업 실패의 책임을 진 한국철도공사 등 대부분 공기업은 금융부채에 기대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기업들은 정부의 국책사업을 떠안으면서 금융부채가 급증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타당성 조사 등 사업을 시작하면서 정교한 검토작업 없이 ‘몸집 부풀리기’에 골몰했던 공기업들의 방만경영도 한몫했다.
그 결과 막대한 빚에 신음하면서 공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평균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지난해 1 이하로 떨어졌다.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8179억원 적자인데 이자비용으로만 2조3443억원을 썼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인 공기업은 한전을 포함해 철도공사(2054억원), 석탄공사(539억원) 등 7곳이나 된다. 공기업 4곳 중 1곳이 적자경영을 한 셈이다. 지난해 이자로만 1조172억원을 쓴 한국도로공사의 이자보상배율은 1.21로 겨우 커트라인을 넘었다.
정부는 그동안 이자보상배율이 1.5를 넘어야 재무건전성이 안정권이라고 보는 학계의 의견을 애써 무시하며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공기업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여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금융부채를 줄여나가려면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공기업들이 이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공부문 요금 인상으로 국민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부가 공기업에 신규 자금을 출연할 여력도 없다. 정부는 공기업 부채를 낱낱이 공개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부실 공기업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은 “공기업의 장기 경영전략이 치밀하지 못하다 보니 재무건전성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며 “공기업 금융부채가 국민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공기업이 함께 경영합리화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백상진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