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비자금 수사] 李회장 금고지기가 관리한 홍콩법인 매각 아리송
입력 2013-05-23 18:23 수정 2013-05-23 22:32
검찰은 이재현 회장의 해외 비자금 조성 및 유통 거점지가 홍콩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홍콩 현지법인을 통한 계열사 내부거래가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이 회장 일가에 수익이 집중된 정황을 수사하고 있다.
23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CJ글로벌홀딩스의 2007∼2012년 재무제표에 따르면 CJ글로벌홀딩스는 중국(8곳), 인도네시아(4곳), 베트남(2곳), 인도·필리핀(각 1곳) 등 아시아 지역에 모두 14개의 사료사업 관련 자회사와 2개의 손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CJ그룹은 2006년 해외 사료사업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지주회사 격으로 CJ글로벌홀딩스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CJ글로벌홀딩스 설립 당시 CJ그룹 내 사료사업 계열사의 매출액은 3500억원으로 이를 통해 얻은 그룹의 수익(지분법 수익)은 35억원에 달했다. 때문에 당시 증권가는 CJ글로벌홀딩스 출범 이후 수익이 연 1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회사는 설립 후 2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매각 직전인 2009년에만 매출이 급등해 264억원 흑자를 냈지만 최근 다시 적자 전환했다. CJ그룹 측이 CJ글로벌홀딩스 매각을 위해 계열사 매출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등의 사전작업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매각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회사 지분 취득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분석들이 나왔지만, CJ그룹 측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적절한 가치를 산출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CJ제일제당이 CJ글로벌홀딩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CJ㈜ 주가는 그해 8월 7만5700원대에서 10월 9만3800원까지 상승했다. 당시 이 회장은 CJ 지분 47%를 소유한 대주주여서 주가 상승 혜택은 고스란히 대표 일가로 돌아갔다. 이 회장은 당시 CJ제일제당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다. 이 회장이 신모씨를 홍콩법인장과 CJ글로벌홀딩스 대표로 직접 발탁한 점도 의심스럽다. 신씨는 CJ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당시 재무담당 부사장으로 발탁될 만큼 이 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는 최측근 ‘재무통’으로 꼽힌다.
신씨는 이 회장의 전 자금관리원인 이모씨의 직속상관이기도 했다. 사채업자 박모씨는 2009년 검찰 조사 당시 “이씨가 ‘이 회장 비자금이 홍콩에 3500억원가량 있고 신 대표가 이를 관리했다’고 알려줬다”는 진술을 했다. 검찰 역시 이 회장 해외 비자금을 관리한 ‘키맨’으로 그를 꼽고 수사 선상에 올려놨다. 검찰은 “신 대표가 사실상 이 회장의 국외 비자금 전반을 관리·운용했다”는 다른 CJ관계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신씨를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